
영락교회와 갈보리교회 담임을 역임했고, 국제독립교회연합회를 설립한 박조준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영혼의 파수꾼 박조준'의 시사회가 24일 오후 서울 CTS 아트홀에서 진행됐다.
박조준 목사는 일제 시절인 1934년 평안남도 강동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이 한창인 고등학교 1학년 때 모친과 여동생과 함께 신앙의 자유를 위해 황해도 용매도를 거쳐 이남으로 피난했다.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종교학과를 나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신학교육을 받았다. 졸업 후 영락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던 중 미국 유학을 떠났다.
1960년부터 영은교회에서의 목회 사역을 시작으로 37세에 영락교회 당회장직 수행했다. 당시는 대한민국 정치에 있어 격동의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일던 시대였다고 한다. 박 목사에 대한 이번 영화 제작위원장을 맡은 김성이 목사(전 보건복지가족부장관)는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성장에 주된 목적을 두고 달려가고 있을 때 박 목사는 구국을 위해 필요하면 행동하는 목회자였다"고 했다.
1977년 5월 25일 영락교회에서 미군 철수를 반대를 위한 연합기도회를 개최했고, 그해 6월 21일부터 7월 13일까지 미군 철수 반대를 위한 사절단의 실무책임자로 미국을 방문해 교계 지도자들과 정부 요인들을 만나 한국교회의 강력한 뜻을 전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바른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으며, 서슬 퍼런 유신정권과 신군부의 막강한 권력 앞에서도 담대하게 강단에서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전두환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앞두고서 박조준 목사의 동행을 요청했으나 정중하게 사양했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의 설교 청탁을 거절했다.
그런 요청에 응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박 목사는 "죄송합니다. 설교는 그냥 하는 것이 아니고 영감이 떠올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영감이 제게 떠오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결국 정권과 등지는 일 때문에 '외화밀반출'이라는 조작된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고 영화 제작위 측은 전했다.
박조준 목사는 한국교회의 탁월한 목회자 중의 한 명이었으며, 예언자적 설교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 설교자였다. 그가 개처한 갈보리교회는 8년 만에 세계 50대 교회에 선정되기도 했다. 1995년 독립교회연합회를 발족하고, 3년 후인 1998년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를 결성했다. 2013년에는 국제독립교회연합회를 설립했다.
2002년부터는 '세계지도력개발원'을 설립해 4만여 명의 후배 목회자들을 돕는 사역을 펼쳤다. '목회자 나눔' 모임을 2015년에서 2018년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했으며, 2019년부터 '목회레슨'과 '웨이크신학원(명예총장)'을 통해 목회자들에게 성경해석과 설교하는 방법 및 목회 경험담을 나눠왔다.
영화 제작위 측은 "이렇듯 박조준 목사는 그의 일평생 동안 한국교회를 향한 수많은 수고와 헌신에도 불구하고 교계의 이렇다 할 정당한 평가는 물론 신학계의 학문적인 연구와 평가도 미흡했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알려야 할 필요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를 통해 그의 사역의 실제가 역사적으로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되고, 그 감동으로 한국교회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 귀한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본격 영화 시사회에 앞서 진행된 예배에는 여러 교계 지도자들이 참석해 박 목사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임우성 목사(국제독립교회연합회 사무총장)가 인도한 예배에서 설교한 림택권 목사(국제독립교회연합회 총회장)는 "지금 세대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누구냐' 하는 정체성 혼란"이라며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영상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체성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조준 목사님이 바로 그런 분"이라고 했다.
축사는 길자연 목사(한기총 전 대표회장), 김운성 목사(영락교회), 박종구 목사(월간목회 발행인), 정인찬 목사(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감경철 CTS 회장, 윤상현 국회의원이 전했다. 영화제작위원장 김성이 목사는 인사말을 했다.
길자연 목사는 "박조준 목사님은 말씀의 사람이다. 존 칼빈의 신앙을 이어받아 평생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했다"고 했고, 김운성 목사는 "저는 영락교회 6대 담임이고 박조준 목사님은 2대 담임"이라며 "영화를 통해 박 목사님의 삶, 무엇보다 말씀에 대한 헌신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상현 의원은 "박 목사님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행동하는 믿음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정인찬 목사는 "박 목사님은 목회자들의 멘토이자 롤모델"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박조준 목사는 답사에서 "고마우면서도 부끄럽고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보잘 것 없는 사람이다. 오늘까지 살게 해 주시고 목사로서 일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이제 남은 생애, 죽을 때까지 복음을 전하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다큐멘터리 영화 '영혼의 파수꾼 박조준'은 오는 26일 오후 5시 CTS기독교TV에서 방영된다. 이후 각 지역의 영화관과 교회에서 상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