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병인의 트라우마 연구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교제와 영적 성장을 위해 기도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저는 학문에 정진하며 한인 간병인들을 대상으로 연구 중, 기도의 중요성과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2024년 12월에 Liberty 대학교에서 Doctor of Education in Community Care and Counseling, Traumatology (커뮤니티 케어와 상담 교육박사, 트라우마학) 학위를 수여 받았습니다. 2016년 Talbot 신학교에서 Doctor of Ministry (목회학 박사)에 이어 두 번째 박사학위 입니다. 학위를 위한 논문은 Traumatization of In-Home Supportive Service (IHSS) Workers (가정 내 지원 서비스 근로자들의 트라우마)로서, 당시 캘리포니아의 IHSS 근로자들을 교육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의 주위에도 IHSS 근로자 분들이 존재할 겁니다. 거동이 불편한 집안의 어르신을 돌본다던가, 휠체어에 의존해야하는 노인 분들, 또 장애가 있는 어린자녀 혹은 성인자녀를 돌보는 분들을 교회와 지역사회에서 본적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 됩니다. IHSS 근로자들은 흔히 간병인라고도 불립니다. 그리고 간병인들의 케어를 받는 분들을 수혜자라고 일컫습니다. 저는 2년 정도 IHSS 간병인들과 매일 강의하며 그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에게 간병인으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 불합리한 대우, 억울한 사건들에 대해 듣게 되었고, 마음 아픈 이야기, 섬뜩한 이야기, 두려운 이야기들도 듣게 되었습니다. (이 글의 내용들은 IHSS와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일부 수혜자분들과 간병인분들의 이야기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어느 A라는 간병인은, 본인이 몇 년 동안 돌봐드린 은퇴한 장로님이 마루에 쓰러져있는 차가운 시신이 된 상태에서 발견 후, 그 이후로 악몽을 계속 꾸게 되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 B라는 간병인은, 돌보시는 어르신 부부가 곰팡이가 핀 상한 김치를 물로 헹궈서 씻으면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고집을 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반찬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나눈 것도 기억납니다. C라는 분은 본인이 하대 받는 것도 모자라, 간병하는 어르신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가족들의 다그침에 너무 놀라,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피하며, 타의로 퇴직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간병인 분들의 환경적 요소들이 트라우마로 연결될 것 이라는 가설을 세운 후, 한인 간병인들을 상대로 질적 연구를 실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통해 4가지의 연구테마를 발견했습니다: 1) 수혜자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스트레스, 2) 직접적인 트라우마 경험, 3) 수혜자와 간병인의 관계적 갈등과 감정의 소외, 그리고 4) 대처와 대응과 회복력입니다.
4가지의 테마
첫째, 수혜자의 건강이상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경우, 건강 문제로 간병인의 일이 힘들어지고, 어려워지는 상황들입니다. 피부 문제가 없던 수혜자가 욕창이 생긴다던가, 평소에 걸을 수 있던 수혜자가 걷지 못하면서 간병인에게 의지해야하는 의존도가 올라가는 등의 변화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입니다. 저의 연구에 참여한 D라는 분은, 본인의 수혜자인 아버지의 욕창 방지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잠을 잘 때에도 2시간마다 깨어서, 체위 변경을 해야 하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대해 설명하시는 것을 들으며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이 생각납니다. 또 치매 노인 수혜자 분들을 돌보는 경우, 간병인들이 겪는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여 트라우마적인 경험으로 연결되는 부분들이 연구를 통해 발견되었습니다. 어느 목사님의 아버님께서 치매로 인해 본인의 두 손녀를 자신의 연인으로 착각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치매가 가족에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혼돈과 어려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둘째, 간병인이 직접적으로 겪게 되는 트라우마로서, 수혜자의 언어폭력, 폭행, 성적인 수치를 일으키는 언행, 불합리하고 불쾌한 경험, 그리고 수혜자의 죽음 등이 간병인들이 직접적으로 겪게 되는 트라우마입니다. E라는 간병인은 수혜자의 마사지 요구에 성적 수치심이 들었지만, 간병인으로서의 수입을 포기할 수 없어, 최대한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F라는 간병인은 수혜자의 냉장고를 나흘 동안 정리하며, 냉장고에서 우수수 떨어지던 벌래들, 곰팡이가 잔뜩 낀 정체불명의 식품들의 이미지가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A라는 간병인의 죽음을 목격하는 경험도 이러한 트라우마적 케이스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셋째, 수혜자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며, 이로 인한 딜레마도 간병인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들입니다. 수혜자의 협박, 또는 욕설 등의 언행을 통한 지속된 스트레스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수혜자들의 부당한 요구에 “안됩니다/못합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부당한 요구를 용기 내어 거절했음에도 “같은 한국 사람끼리 정 없다”라는 발언을 들으며, 원하지 않는 추가 노동, 또는 불합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자신을 바라보며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본인을 하대하는 수혜자로 인해 관계에 금이 가고 믿음과 신용이 사라지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본인의 가족일원이 수혜자인 경우, 같은 집에 살며 24시간 간병인이라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철장 없는 감옥살이를 하는 듯한 경험을 하시는 간병인들도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맘이 아픈 상황인 것 같습니다.
넷째, 한인 간병인들을 상대로 질적 연구를 실행하며 알게 된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은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간병인들이 자기관리(Self-care)를 위한 대처와 대응, 그리고 회복을 위한 노력을 상당히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로서는 운동, 교육, 변화추구, 가족과 친구들에게 도움 요청, 그리고 종교생활이 대표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종교생활에서도 기도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목사로서 기쁘게 다가온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F 라는 분은, 치매증상을 보이는 어머니를 돌보며, 동시에 본인 또한 항암 치료를 하며 간절한 맘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기도로서 준비하였다는 이야기를 저와 나누었고, G 간병인은 교회 성도님들과의 성경공부 후 중보기도를 통해 마음에 진정한 평안이 찾아 온 것을 느끼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H 간병인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장애와 질병으로 고생하는 자신의 딸을 참으로 사랑하시고, 본인이 딸을 사랑하는 것보다 하나님이 더 사랑하신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감격을 나누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J 라는 간병인은, 운동, 음악, 기도를 통해 자기관리를 하는데, “그중에 제일은 기도예요”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셨는데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생활, 특히 기도는 80%의 연구 대상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 드러났습니다.
제 연구를 통해 알게 된 한인 간병인들의 트라우마에 관한 네 가지 테마중, 네 번째의 포인트는 확연히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테마입니다. 그리고 간병인들이 이러한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태도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몸부림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간병인 들이 소속되어 있는 교회에서 매주 듣고 배우게 되는 하나님의 말씀, 교인들과의 지속적인 교제, 그리고 기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만남이 있기에 이러한 긍정적인 테마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K 라는 간병인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어르신들을 돌보며, “이분들이 언제 돌아가실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분들 삶의 마지막으로 사귀게 되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존재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간병인의 존재가 이분들이 끝까지 가장 보람차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존재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 순간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존재성의 이유는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에 존재로서 가치가 있고, 나이, 성별, 질병을 떠나 우리 누구나 존귀하며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사실이라 생각됩니다.
그들은 필요한 것은 위로, 격려, 그리고 기도
지금 여러분의 교회에 IHSS 간병인 분들이 교인으로, 성도님으로 계십니다. 말 못할 어려움을 겪으시며, 하루하루 기도로 버티며 살아가고 계시는 분들이 여러분들의 눈에는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간병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회에서 존경받거나 대접받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안타까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분들에게 하루하루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고무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돕는 마지노선은 종교생활, 그중에서도 기도라는 연구 결과의 일부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도를 옆에서 돕는 성도님들과 교역자들의 노력과 마음가짐이 간병인들에게 새로운 힘이 되어주는 것이라 생각 됩니다. 여러분들도 나이 드시고, 몸이 약해지고, 병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하는 맘으로 지금 여러분들 주위에 IHSS 간병인 분들이 있다면, 한 번 더 위로해 주시고, 진심 어린 격려 건네주시기 바랍니다. 또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간병인 분들에게 힘내시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강의를 수강한 학생 분들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그분들에게 사랑의 마음, 기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최조셉 목사는 호스피스 원목, U.S. Army Reserve 군목 (중령), 신학교 교수, 그리고 EM 설교자로서의 사역을 겸임하고 있다. Talbot 신학교에서 M.Div와 D.Min, 그리고 Liberty 대학교에서 트라우마 카운셀링으로 Ed.D 학위를 수여받았다. ECA에서 안수, APC에서 공증된 전문 채플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