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현지시간) 바티칸 자택에서 선종했다. 향년 88세.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생 주님과 교회를 섬기며 헌신한 삶을 마무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교황은 지난 2월 14일 호흡 곤란 증세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기관지염과 폐렴 진단을 받았다. 입원 중 두 차례의 고비를 넘기며 위중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 세계의 기도 속에 상태가 호전되며 3월 23일 퇴원했다. 38일간의 입원은 역대 교황 중 최장 기록이었다. 

퇴원 후에도 건강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지만, 교황은 산소 마스크를 착용한 채 휠체어에 앉아 공개 일정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부활절 주일인 4월 20일로,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을 향해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며 축복을 전했고, 직접 광장으로 나가 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본명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22세에 예수회에 입회한 그는 사제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로 활동하며 빈민과 소외계층을 향한 헌신으로 국민적 존경을 받았다. 

2013년 3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고령을 이유로 사임한 후 열린 콘클라베에서 역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이자 예수회 출신으로 선출되며 266대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평생 가난한 이들을 돌본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자신의 교황명으로 선택해, 가난과 평화를 향한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재임 12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 기후 위기, 가난, 난민 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보편적 고통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전쟁 종식과 난민 보호를 위한 외교적 활동에 집중했다.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즉위 이듬해인 2014년 8월, 제6회 가톨릭 아시아청년대회 참석과 윤지충 바오로 등 124위 시복식 집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