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한 기독교인이 거짓 신성모독 혐의로 인해 목이 베이는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 만에, 한 힌두교인이 이슬람 개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2일 보도했다. 

CDI는 지난 3월 29일 북서부 카이베르 파크툰크와(Khyber Pakhtunkhwa) 주의 주도 페샤와르(Peshawar)에서 56세의 힌두교인 나딤 나타(Nadeem Naath)가 무슬림인 무함마드 무슈타크(Muhammad Mushtaq)에게 머리에 총격을 당해 숨졌다고 밝혔다. 현지 힌두교 및 기독교 공동체의 항의 시위 이후, 용의자는 다음 날 체포됐다. 

페샤와르 경찰에 제출된 진술서에서 나타의 형제인 사가르 아민(Sagar Ameen)은 무슈타크가 며칠 동안 나타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할 것을 강요해왔다고 밝혔다. 나타가 이를 거부하자 무슈타크가 그의 머리에 총을 쏘았다는 것이다. 

피살된 나타는 위생 노동자로 일해왔으며, 페샤와르에 거주하는 1,400여 가구 이상의 힌두교 가족들 대부분이 청소부나 하수 처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에 앞서 3월 21일(목), 펀자브(Punjab) 주의 셰이크우푸라(Sheikhupura) 지역에서는 한 무슬림 남성이 22세의 기독교인 와카스 마시(Waqas Masih)의 목정맥을 커터 칼로 베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이슬람 교과서를 "더러운 손으로" 만졌다는 신성모독 혐의를 받았으며, 다행히 신속한 의료 조치로 목숨을 건져 현재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의식을 회복한 마시는 병상에서 직접 작성한 진술서에서, 공격자인 이프티카르(Iftikhar)가 자신을 신성모독 혐의로 몰아 공격했으며,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슬람 개종을 강요해 왔다고 밝혔다. 

마시의 아버지 리야사트 마시(Riyasat Masih)는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와의 인터뷰에서 "이프티카르가 와카스를 개종시키려 했고, 그가 이에 굴복하지 않자 거짓 신성모독 혐의를 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내 평등 운동 단체 Rwadari Tehreek(르와다리 테흐리크)의 회장 삼손 살라맛(Samson Salamat)은 정부가 기독교와 힌두교 소녀들의 강제 개종을 막을 법안을 여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매일 미성년 소녀들의 강제 개종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며, 이번 3월 한 달 동안만 해도 기독교인과 힌두교인 남성이 개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공격당했다"며, "정부가 이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피가 흘러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장로교(Presbyterian Church of Pakistan)의 루벤 카마르(Reuben Qamar) 목사도 힌두교인 피살 사건을 규탄하며, 피해 가족을 위한 정의를 촉구했다. 

카마르 목사는 "대부분의 경우, 가난한 피해자 가족들이 압박에 굴복해 합의를 하면서 범죄자들이 처벌을 피하게 된다"며, "이번 사건과 와카스 마시 사건에서도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모든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며, 정부는 종교를 빌미로 한 폭력 범죄의 가해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강제 개종 방지 법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무고한 생명이 단지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희생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3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8차 유엔 인권이사회(UNHRC) 부대 행사에서, 종교 자유 활동가들은 파키스탄의 인권 상황 악화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가혹한 신성모독법 남용과 소수자 소녀들의 강제 개종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의원인 찰리 와이머스(Charlie Weimers)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을 "종교적 소수자들을 탄압하는 테러 무기"라고 규탄했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과 다른 소수 종교 신자들은 군중 폭력, 부당한 투옥, 강제 개종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며, 2023년 8월 자란왈라(Jaranwala) 지역에서 발생한 폭동을 언급했다. 당시 26개의 교회 건물이 불태워졌고, 다수의 기독교인 가정과 사업장이 약탈당했지만,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와이머스 의원은 "유럽연합(EU)은 더 이상 파키스탄의 박해 기계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며 "무역, 원조, 비자 발급은 실질적인 인권 개혁을 조건으로 삼아야 하며,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DI는 파키스탄은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이며,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즈(Open Doors)가 발표한 2025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World Watch List)에서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나라 8위로 선정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