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성공회 리버풀 주교, 성추행 의혹 공방..."
'언론 보도에 신임 잃어'
리버풀 교구의 존 페룸발라스(John Perumbalath) 주교가 두 여성으로부터 제기된 성비행 의혹과 관련해 현직 사역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페룸발라스 주교는 10일(현지 시간) 리버풀 교구에 보낸 서한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언론의 재판과 성급한 판단으로 인해 더 이상 직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채널 4 뉴스가 두 명의 여성에 대한 나의 부적절한 행위 의혹을 보도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줄곧 잘못이 없음을 주장해 왔고, 여전히 그 입장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웨일즈 산하 독립기관인 "국가보호팀(National Safeguarding Team)이 이 사건을 조사한 결과 '증거부재'로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또한 "첫 번째 의혹은 경찰도 조사했으나 추가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영국의 공영 방송사인 채널 4를 비롯한 언론 보도가 나를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인 것처럼 다뤘고,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취급했다"며 "이로 인해 더 이상 직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페룸발라스 주교는 "즉시 교구를 이끄는 일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58세의 페룸발라스 주교는 지난 8일 리버풀 교구 고위 성직자들의 신임을 상실한 상태였다. 당시 교구 대표들은 추가 조사를 요구하며 그가 직위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채널 4 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한 여성이 페룸발라스 주교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첼름스퍼드 교구의 브래드웰 주교로 재직하던 당시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동의 없는 키스, 추행 및 기타 부적절한 행위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요크 대주교 스티븐 코트렐(Stephen Cottrell)은 성명을 통해 "페룸발라스 주교의 사임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 상황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룸발라스 주교의 사임은 영국 성공회 내 성비행 의혹과 이를 둘러싼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교회 내 투명한 조사와 피해자 중심의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성공회의 징계 절차와 윤리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향후 영국 성공회의 대처 방향과 추가 조사 진행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한편, 채널 4는 영국의 주요 공영 방송사로, 시사·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며 이번 보도도 그 연장선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