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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무 중인 목회자 3명 중 2명 '노후 준비 아직 못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목회자의 노후 준비 실태와 제안'을 주제로 목회데이터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조사는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기독교 조사 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8월 20일부터 8월 23일까지 총 4일간 전국의 목회자 500명(담임목사 250명, 부목사 250명)을 상대로 실시했다. 이날 포럼에는 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의 주요 결과 발표 및 김남순 소장(미래희망가정경제연구소)의 목회자 은퇴 준비를 위한 실제 적용 및 제안이 있었다.
은퇴 후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 여부를 물은 결과, 목회자의 35.5%만 '이미 완료'했거나 '현재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아직 못하고 있음' 비율은 64.5%로 목회자 3명 중 2명꼴이었다. 해당 비율은 부목사(76.4%)가 담임목사(52.6%)보다 크게 높았다.
또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노후 준비 못 하고 있는 목회자 대상)로 목회자 대다수(88.3%)가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할 여력이 없어서'를 꼽았다. 이어 '너무 바빠서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5.0%), '노후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4.4%) 순으로 응답했다.
목회 은퇴 후 주거할 자가 소유 주택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목회자 3명 중 1명(35.8%)은 '있음'(24.1%) 혹은 '현재는 없으나 추후 마련될 예정'(11.7%)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나머지 3명 중 2명 가량(57.8%)은 은퇴 후 주거지가 '없거나 명확하지 않아' 노후에 주거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었다.
은퇴 후 노후를 위한 경제적 조건을 교회가 지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을 때 담임목사의 62.6%는 '지원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지원해 줄 것'이라는 응답은 14.2%에 불과했다.
10년 후 한국교회 원로목사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물어본 결과, '현 수준보다 축소될 것'(68.3%), '경제적 지원이 없는 명예직이 될 것'(27.2%)로 응답됐다. 현재보다 원로목사에 대한 대우가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목회자의 대다수(89.0%)는 은퇴 목회자의 경제적 지원 문제가 향후 한국교회에 '분쟁 요소가 될 것 같다'고 응답했고, 그중 '매우 큰 분쟁의 요소가 될 것 같다'는 의견도 31.7%나 됐다. '매우 큰 분쟁 요소가 될 것 같다'는 인식은 대체로 교회 규모가 클수록 높은 경향을 보여 교인 수 '3,000명 이상'인 경우 47.1%에 달했다.
아울러 이 조사는 부동산, 주식, 코인 등 투자 수단을 제시하고, 노후 준비를 위해 해당 항목에 투자하는 것에 관한 인식을 물어보았다. 그 결과 목회자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 투자'(52.9%)와 '주식 투자'(53.6%)에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목회자들 사이에서 '코인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가 64.5%로 '가능하다'(25.6%) 비율의 2배 이상이었다. 부동산, 주식 투자보다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이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부동산/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비율은 담임목사 대비 부목사 집단에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날 첫째 발표자로 나선 백광훈 원장은 "3명 중 2명은 노후 주거 준비 부족 및 노후 문제 걱정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담임목사보다 부목사가 노후 문제를 더욱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과 주식 투사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부목사와 연령대가 낮을수록 교단 연금보다 주식 및 채권 등 개인적으로 노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와 달리 변화된 인식"이라며 "큰 교회일수록 전별금과 사례비 절반, 작은 교회일수록 사례비의 절반만을 원하는 경향이 목회자들에게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미래경제희망연구소 김남순 소장은 "목회자의 은퇴 준비가 교회 차원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면 목회자-성도 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것이 잦아진다면 향후 예비 목회자의 신학교 지원율도 떨어질 수 있다. 목회자의 은퇴 준비는 한국교회 미래에 달린 일"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1차 베이비부머는 1955-1964년생, 2차 베이비부머 1965-1974년생으로 총 1800만 명이 추산된다"며 "한국교회 예산의 80%가 십일조에서 나오고, 십일조 수익의 70%는 베이비부머에서 비롯된다. 저출산 고령화를 맞이한 한국교회 상황에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 향후 10년 내로 전체 한국교회 재정의 30-40% 축소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은 교회와 목회자 간 은퇴 준비 논의를 앞당겨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현재 도시근로자 평균월급이 370만원 정도로 목회자는 은퇴 이후 생활비를 위한 3층 연금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1차 보장 국민연금 ▲2차 보장 총회연금 등 교회 퇴직연금 ▲3차 보장 개인연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첫째,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성격이 강해 적은 금액으로 길게 넣는 게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즉 월 납입금액이 아닌 납입기간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비례한다. 또한 추가납입을 하되 가능한 연기신청을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아울러 "둘째, 총회 연금을 포함한 교회 은퇴생활비의 경우 향후 한국교회 재정 축소 및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은퇴 목회자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총회 연금 수령액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3차 보장 개인 연금을 꼭 가입할 것을 추천드린다"며 "특히 보험사의 비과세 확정형 연금을 추천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종신형 연금보험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목회 퇴임 후 연금 수령액에 건강보험료, 국민연금에 세금이 부과된다"며 "향후 총회연금에도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