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연령확인법, 대법원 심리로... 표현의 자유와 아동 보호의 충돌
미국 연방대법원이 텍사스의 포르노 사이트 연령확인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이 법은 미성년자의 성인물 접근을 막기 위해 연령 인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아동 보호의 필요성이 충돌하는 주요 사안으로, 헌법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심리는 Paxton v. Free Speech Coalition 사건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법이 성인과 미성년자 모두에게 미칠 영향을 놓고 대법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아동 보호,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2023년에 제정된 이 법은 포르노 사이트를 포함한 성인 콘텐츠 플랫폼이 사용자들의 연령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텍사스 주는 미성년자를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한다. 텍사스 법무부 소속 변호인 아론 닐슨은 "디지털 시대에서 아이들을 폭력적이고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주 정부의 책무"라며 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반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과 프리 스피치 코얼리션은 이 법이 성인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합법적으로 정보를 얻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반박한다. ACLU 소속 변호사 베라 아이델만은 "인터넷을 아동 친화적으로 만드는 노력은 정보를 접할 모든 사람의 권리를 해칠 뿐 아니라, 정부가 선호하지 않는 표현을 탄압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쟁점 사안: 엄격한 심사의 기준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아동 보호의 취지를 지지하며 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포르노 콘텐츠를 단순히 필터링하는 것만으로는 미성년자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디지털 환경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미성년자가 무분별하게 포르노 콘텐츠에 노출될 경우 사회적 해악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프리 스피치 코얼리션 측 변호인에게 "아동 보호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과연 왜 부당하다고 보느냐"고 질문했다.반면, 자유주의 성향의 대법관들은 법이 성인들에게 과도한 제한을 가할 위험성을 우려했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연령 인증 요구가 성인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 법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이번 사건에서 엄격한 심사(Strict Scrutiny) 기준이 완화될 경우, 이는 다른 표현의 자유 사건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신중한 판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텍사스 법의 위헌 여부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아동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법이 성인 콘텐츠 플랫폼의 운영 방식과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프리 스피치 코얼리션의 변호사 퀸 이매뉴얼은 "정부의 개입이 성인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지나치게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텍사스 주 측은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현재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성인물 접근이 필터링 기술만으로는 효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률 문서에 따르면 텍사스는 "스마트폰, 게임 콘솔, 태블릿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미성년자가 쉽게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포르노그래피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적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국 내 아동 보호와 표현의 자유 정책의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텍사스 법이 합헌으로 판단된다면,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이 법이 위헌으로 판결될 경우, 표현의 자유가 헌법적으로 더욱 강하게 보호받는 전례로 남게 될 것이다.표현의 자유와 아동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어떤 기준을 설정할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헌법적 가치와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 잡힌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