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든 종교는 하느님에게 이르는 길"(all religions are a path to God)이라고 선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그가 로마로 돌아가기 직전 가톨릭 전문대학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종교 간 모임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준비한 연설과 달리 즉흥적으로 "다른 종교는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있어서 '다른 언어'(different languages)와 같다. 하느님은 오직 한 분뿐이시며, 우리 각자는 하느님께 도달하기 위한 언어를 갖고 있다. 셰이커교인, 무슬림, 힌두교인, 기독교인도 있고, 그들은 (하느님께) 이르는 다른 길"이라고 말했다고 크룩스 나우(Crux Now)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해 바티칸에서 해임될 때까지 텍사스 타일러의 로마가톨릭 교구를 감독했던 조셉 스트릭랜드(Joseph Strickland) 주교는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분명히 말해주길 기도해 달라. 이를 부인하는 것은 그분을 부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부인하면, 그분도 우리를 부인하실 것이다. 그분은 자신을 부인하실 수 없다"고 했다.

스트릭랜드 주교는 낙태 찬성 가톨릭 정치인이 성찬을 받는 문제와 가톨릭교회에서 성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는 정도와 관련해 프란치스코와의 의견 충돌로 축출된 바 있다. 그를 지지하기 위해 작성된 청원서는 "스트릭랜드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러 이단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바로잡았다는 이유로 축출됐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의 보편적 본성을 언급하며 "하느님은 모든 이의 하느님이시므로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라고 했다. 

최근 영국에서 미시간 서부의 교회로 이동한 칼빈 로빈슨 신부도 X에 올린 글에서 교황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성경적 발언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그 반대를 가르친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는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천국으로 가는 문은 좁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가톨릭교인이 전체 인구의 약 3.5%를 차지하며, 기독교인이 19%, 불교인이 31%, 무슬림이 15%이고, 힌두교와 시크교 소수민족도 상당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젊은이들이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하고 이를 지속하도록 격려하며 "젊은이들 간의 종교 간 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청춘은 우리 삶에서 용기의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보수적 가톨릭계의 비판을 받은 과거 논란을 떠올리게 했다. 교황은 지난 5월 미국 매체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 노라 오도넬이 "세상을 볼 때 희망을 주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모든 것"이라고 답하고, 인류가 본질적으로 선하다는 증거로 선행을 하는 이들의 예를 계속 들었다.

그러면서 "비극도 보지만, 아름다운 것도 많이 본다. 영웅적인 어머니, 영웅적인 남성, 희망과 꿈이 있는 남성, 미래를 내다보는 여성이 있다. 그것이 제게 많은 희망을 준다. 사람들은 살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앞서 나가며, 근본적으로 선하다. 우리는 모두 근본적으로 그렇다. 불량배도 있고 죄인도 있지만, 마음 자체는 선하다"라고 했다.

일부 X 사용자들은 프란시스코의 해당 발언이 원죄를 부인하고 인류의 본질적 선함을 가르친 5세기 이단 펠라기우스주의와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2022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고, 그를 자주 비판했던 아스타나의 아타나시우스 슈나이더 보조주교는 이에 대해 "종교 수퍼마켓"을 만드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