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떠나는 에베소서 일주 여행
- 9회: 에베소서의 독자 2
지난 호에서는 에베소서의 수신자는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서 이번 호에서도 에베소서의 수신자, 즉 "그렇다면 에베소서는 누구에게 썼는가?"에 대해, 지난 호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에베소서는 로마서나 고린도전후서와 같은 전형적인 바울 서신들과는 무척 다르고 독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린도전후서에서는 고린도 교회의 상황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로마서에서는 서신 말미에 많은 교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베소서에서는 에베소 교회에 대한 문제를 다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에베소 교회 성도들을 언급하거나 안부를 묻지도 않습니다. 거기다 에베소서에서 말씀하고 있는 교리도 매우 일반적이고 포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요?
부산이 경상남도의 중심지인 것처럼 에베소는 그 당시 소아시아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소아시아 지역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에베소를 교두보로서 사용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에베소서는 에베소 교회뿐만 아니라 에베소를 중심으로 주변 여러 지역 교회에 회람하도록 하기 위해 기록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Gorman이라는 분은 바울이 소아시아 전역에 에베소서를 회람하게 하기 위해서 에베소서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Hoehner라는 신학자도 "에베소에 사는" (엡 1:1, 새번역)이라는 부분이 에베소서의 원문에 존재한다고 해도 에베소서는 하나의 지역 교회만 대상으로 기록했기보다 에베소를 중심으로 한 소아시아 지역 가정 교회들을 대상으로 기록하였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Martin이라는 분도 역시 에베소서는 골로새와 인접한 소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교회들에게 회람하도록 기록된 서신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길성남이라는 분은 에베소서는 바울이 소아시아의 에베소 지역에 있는 교회들에게 보낸 서신이 확실하다고 합니다. 바울이 로마에 가택 연금 상태 (1차 로마 투옥)로 있을 때 오네시모를 주인인 빌레몬에게 돌려보내면서 빌레몬서를 썼을 것입니다. 그리고 빌레몬이 섬기고 있었던 골로새 교회에 거짓 교사들이 침투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골로새서도 같이 썼을 것입니다. 또한 두기고는 이 두 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을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에베소는 골로새로 가는 길 (또는 돌아오는 길)에 있었고, 바울은 이 기회를 이용해 에베소서를 써서 에베소와 인근에 있는 교회들에게 회람하도록 마음먹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에베소서 역시 두기고가 전달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엡 6:21).
에베소 교회는 대부분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로 구성된 공동체였고, 그 안에 소수의 유대인 그리스도인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사도행전을 통해 추정할 수 있습니다 (행 19:8-10). Wayne A. Meek이라는 분은 소아시아 중심도시로 인구 20-25만의 에베소에는 적어도 10% 정도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마도 이들 중 일부는 개종해서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것이고, 에베소 교회 안으로 들어왔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주로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을 중심으로 격려와 권면을 하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에 비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러한 권면과 격려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에베소서의 수신자가 누구인가?"라고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에베소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베소서 수신자의 상황에 따라서 기록 의도를 보다 명확하게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바울이 처음 에베소서를 기록했을 때 "에베소에 사는 (ἐν Ἐφέσῳ)"이라는 부분이 존재하였고 에베소서의 수신자는 에베소 교회 성도들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로마서에서처럼 교회 성도들에게 안부를 묻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나 고린도전후서에서처럼 교회에 대한 교회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바울이 에베소 교회에 편지를 보내면서 소아시아에 있는 인근 교회 성도들도 함께 읽게 될 것을 염두에 두고서 기록했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달라스 생명샘 교회 안광문 목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