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여행 다니기를 좋아한다. 일상의 생활과 익숙한 장소들을 떠나 낯선 곳을 여행하다 보면 새롭게 보고 듣고 관찰하고 깨닫는 바가 많기 때문이다. ‘청교도’(Puritan)라 하면 기도하는 기도원이나 학문을 연구하는 골방에서 기도와 말씀 연구에 몰두하며 구별된 삶을 살았던 이들로 오해하는 수가 많다. 그들은 하나님이 지으신 대자연에서 아름다운 꽃과 흘러가는 냇물과 지저귀는 새들을 보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깊이 묵상하고 깨달은 이들이다.
[2] 내가 전공하며 연구한 영문학자들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이 베풀어두신 자연을 관찰하면서 시를 쓰고 수필과 소설을 쓴 이들이다. 위대한 작품은 책상머리에서는 나오질 않는다. 도서관이나 연구하는 탁자에서 머리를 짜서 만든 작품은 대단한 걸작품이 될 수가 없다.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Bill Gates)는 미국 서북부의 작은 별장에서 숲을 거닐며 ‘생각 주간’을 가지면서 마이크로 소프트의 미래 전략을 구상했다.
[3]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역시 고향 숲을 거닐며 사색과 묵상을 하다가 소중한 직관을 얻었다. 그것이 작품에 반영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삶을 통해 소로는 인류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져주었다. 그가 쓴 유명한 『월든』(Walden)을 읽어보라. 소로의 높은 사상과 관조(觀照)가 유유히 나는 새처럼 호수의 안개처럼 내면에 스며드는 잔잔한 기쁨과 환희를 만끽하게 해준다.
[4]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빌 게이츠처럼 컴퓨터계에서 누구도 추종할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채 떠난 인물이다. 조윤제의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에 그가 말한 유명한 얘기가 나온다. “우리가 컴퓨터에 열정을 바친 이유는 뛰어든 사람이 거의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원씽’(One thing)을 추구한 모습이다. 여기서 ‘원씽’은 ‘자신이 해야 할 한 가지 목표를 발견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5]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그가 리드 칼리지(Reed College)에 재학하던 시절 몰입했던 인문고전 독서와 애플을 시작하기 전 떠났던 인도 여행 때문이다. 가족과 일상을 떠나 남들이 쉬 경험하지 못한 대자연 속에 깃들어 있는 신비롭고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의미를 보고 깨닫고 경험했기에 가능했던 힘이다. 지난 10박 11일간의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기독교 유적지 탐방이 내게 준 가치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6] 어릴 때 기독교를 버리고 무신론자가 되었다가 다시 신앙을 가지게 된 C. S. 루이스(C. S. Lewis)를 모르는 기독교인은 없을 게다. 그는 캠브리지에서 교수 사역만 한 것이 아니라 소설가로서도 유명했다. 그가 기독교인이 된 이후로 쓴 첫 번째 소설은 존 번연(John Bunyan)의 『천로역정』을 그의 기독교적 경험을 바탕으로 묘사한 『순례자의 귀향』(1933)이다. 그 책은 출간 당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7] 하지만 루이스의 옥스퍼드 대학 동기인 유명한 강해설교자 마틴 로이드 존스(David Martyn Lloyd-Jones)는 값진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로이드 존스가 언제 다음 책을 쓸 것인지 물어보았을 때, 루이스는 “기도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때”라고 답했다. 그가 우리나라 기독교인과 설교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친 책은 다음의 두 권이다. 『순전한 기독교』(The Mere Christianity), 『스크루테이프의 편지』(The Screwtape Letters).
[8] 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책은 『나니아 연대기』이다.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이들이 관람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이번 스코틀랜드 방문 중에 그가 살았던 주택과 자주 거닐면서 작품의 소재로 삼았던 숲을 둘러보았다. 각양각색의 꽃, 풀, 나무들로 우거진 숲과 아름답고 고요한 작은 연못이 눈길을 끌었다. 맑은 공기와 함께 꽃냄새와 풀냄새가 한데 어우러진 멋진 숲이었다.
[9] 어떤 결과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원인이 있는 법인데, 그가 소설가로서 나름 소중한 작품들을 남기게 된 것도 그런 환경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연구하고 그분의 뜻을 알고 음성을 듣기 위해선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우리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자연을 두루두루 다니면서 그 속에 깃든 그분의 의미를 묵상하고 깨닫고 발견하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10] 위에서 소개한 헨리 데이빗 소로의 도전적인 말에 모두 귀 기울여 보라.
“내일 아침에 할 산책이 그리워서 잠을 설치지 못하고, 파랑새 우는 소리에 전율을 느끼지 못하거든, 깨달아라. 너의 봄날은 가고 있다는 것을...”
아무리 젊고 재능이 많다 하더라고 내일 아침 산책이 그리워서 잠들지 못하고 파랑새 우는 소리에 전율을 느끼지 못한다면 기억하라. 당신의 봄날은 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