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냉수한그릇> 발표된 1집은 ‘이사 갈 준비’, ‘할머님의 기도’, ‘그 녀석’ 등을 비롯 신선하고 충격적인 곡들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 CCM명반에도 들었던 바 있다.이 후로도 ‘귀환’, ‘거짓말쟁이’ ‘그녀 이름은 사라’ 등 박갑수 목사의 노래들은 2집(2004년)과 라이브 앨범(2007년)을 통해 이어졌으나 그가 도미한 이후 17년 동안이나 중단되어져 왔다. 아마도 이민자들의 삶이 대개 그렇듯 낯선 나라에서 둥지를 트며 살아가던 기간이 새로운 곡들을 발표하고 활동하기 보단 눈 앞의 현실을 직면하고 지역교회의 부교역자로 사역하는데 급급했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하물며’ 라는 곡은 무려 10여년 전 박갑수 목사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노래이다. 이민 초기 어려웠던 시기에 자신보다 더 늦게 도미한 선배 전도사에게 ‘얼마 안 되지만 아이들과 맛있는 거라도 사 먹으라’ 며 보내준 편지에 큰 감동을 받고 마태복음 6장 26~33절의 말씀으로 지어졌다고 한다.그러나, 이 곡은 오랫동안 묻혀져 있었다.

 오히려 무리한 사역과 스트레스로 안면마비 등의 질고를 겪고, 새벽기도를 가다 음주운전자에게 당했던 교통사고 등으로 회복까지 수년의 세월을 거치며 찬양은 커녕 말하는 것도 힘들었던 그에게 하나님은 2022년 다시 그의 입을 열게 하셨고 강력한 인도하심으로 10여년 만에 2개월간의 한국투어를 허락하셨는데, 바로 <천국복음>이란 메세지를 들고 교회와 방송, TV까지 나아가 간증과 찬양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증거했던 것이다.

 ’하물며 찬양을 듣다가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네요 하나님 임재가 느껴지네요’, ‘설거지를 하다가 눈물을 쏟았습니다’,‘라디오 듣다가 차 세워놓고 울고 있어요’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지금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인데 하물며 찬양 들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등등 <천국복음> 투어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것이 바로 ‘하물며’ 였다. 방송국에서도 빠른 음원발표를 원했지만 다시 미국에 돌아온 그는 쉽게 작업의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그리고 다시 2년의 시간이 지났다. 부교역자 사례로만은 세명의 자녀를 부양하기 힘들었기에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우버 드라이버 등으로 일하며 다시 현실의 벽에 갇혀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기도의 응답일까? 상상치 못했던 텍사스에서 어느 목사님을 통해 귀한 후원을 받고 박 목사는 다시 기타를 잡고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리고 몇달을 매일같이 밤을 새며 빚어낸 끝에 하물며’의 음원과 영상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시간 기준 7월 11일 공개된 ‘하물며’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는 출시전 지인들의 모니터를 통해 이미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반응에서 부터, “이 영상들 어디에서 가져 온 건가요? 저작권에 문제가 없나요” 걱정하는 소리까지 다양한데 박 목사가 최신의 AI 기술들을 접목해 창작해 낸 영상들이 이런 말들이 나오게 하는 이유다.

 개인이 혼자 만들었을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생생하고 역동적인 장면들로 가득한 ‘하물며’ 뮤직비디오는 국내 CCM으로는 드물게 4K 화질로 제작되어 더욱 감동을 더해준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영상물이 개인의 손을 통해 이 정도의 퀄리티로 만들어져 복음과 찬양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음악적인 이야기 거리도 다양하다. 4분여의 곡에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스타일의 음악이 계속 변화하며 등장하는데, 하모니카와 통기타의 언플러그드 사운드에서 스트링과 클래식 기타의 합주를 거쳐 폭풍치는 갈릴리 바다 위에 표류하는 제자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드럼과 베이스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이어 강렬한 일렉기타 솔로가 바다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임팩트있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절친인 정상급 기타리스트 김진수 집사의 연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물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베드로를 건져 내시며 ‘믿음이 적은 자여 어찌하여 의심하였느냐’ 하는 주님의 질문이 귀에 들려올 때 쯤, 노래는 다시 핫틴산으로 되돌아와 매우 긴 여운을 남기는 ‘하물며….’의 질문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진동케 한다. 그리고 몇 초의 암전 ( 방송이나 기존의 노래에선 매우 드물다 )

 다시 ‘너희일까 보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귀를 때리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천년 전이나 현대에나 삶의 걱정과 근심으로 하늘나라를 보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믿음의 도전을 주며, 이어지는 나레이션으로 한번 더 깊은 폐부를 지르며 마무리된다.

 전혀 새롭지 않지만, 영원히 변치 않기에 오늘도 새로운, 산상수훈의 말씀이 첨단 AI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하물며’라는 곡으로 다가온 2024년, 이제 막 갈릴리 마을로의 타임머신이 탑승객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