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이 지난해 펀자브주 자란왈라(Jaranwala) 시에서 대규모 무슬림 폭동을 촉발한 동일한 내용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혐의로 기독교인 예산 샨 마시(28)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2023년 8월 자라왈라 시에서는 두 명의 기독교 남성이 코란을 훼손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많은 기독교인 주택과 교회가 불에 탔다. 이 사건은 심각한 공동체 갈등을 촉발시켰으며, 100명 이상의 무슬림 폭도가 체포되었지만, 아무도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에산 샨은 자신의 틱톡(TikTok) 계정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페이지를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변호사인 쿠람 샤흐자드는 지난 29일 사히왈 법원이 내린 사형 선고가 부당하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법률구조지원및정착센터(CLAAS-UK)에 따르면, 1일 대테러방지법원의 지아울라 칸 특별판사가 발표한 판결에는 징역 22년과 벌금 100만 루피(3500달러)가 포함돼 있다.
CLAAS-UK의 이사인 나시르 사이드는 성명에서 “이는 종교적 동기에 의한 편향된 판결이다”며 “이 청년은 교회와 기독교 가정을 공격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구금된 사람들의 석방을 정당화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드는 “파키스탄의 기독교 공동체는 매우 심각한 불평등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들의 생명, 재산, 예배 장소에 대한 지속적인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며 “이 판결은 오늘날 파키스탄의 모든 기독교 신자들에게 사실상 사망 선고를 의미한다. 한 젊은 기독교인이 자라왈라에서 발생한 폭력과 파괴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샨을 체포한 경찰관 아미르 파루크는 피고인이 “민감한 시기에 험오적인 내용을 공유하여 이미 불안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샨의 게시물로 인한 폭력 사태로 사상자는 없었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이 집을 떠나야 했다고.
반면, 사히왈 지역의 한 신부인 나비드 카시프는 무슬림 폭도들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없는 데 반해, 이번 사형 선고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사히왈 침례교회의 아브라함 다니엘 주교는 지역 당국의 즉각적인 대응이 더 큰 폭력 사태를 막았다고 말했다. 다니엘 주교는 기독교 공동체 내에 두려움이 만연해 있으며, 샨의 문맹과 인지 능력 부족을 고려할 때 그의 행동은 고의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8월에 일어난 무슬림 폭동 사태로 21개 교회가 화재로 전소되고, 상당수의 기독교인 주택들이 파괴되었으며, 1천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집을 잃었다. 펀자브주 임시 총리는 피해 가정들을 위해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했지만, 많은 시민들에게 완전한 재건은 묘연한 상황이다. 이에 기독교계는 주 당국에 헌법에 따른 정의와 더 나은 보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이슬람을 모욕하는 사람을 사형 또는 종신형에 처하도록 명시하지만, 실제 집행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법은 종종 개인적인 원한이나 돈, 재산 또는 사업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복수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스와트 계곡에서 한 관광객이 코란 사본을 모독한 혐의로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되자, 파키스탄 국회가 종교적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몇 주 만에 나왔다. 이에 따라 펀자브 주의회도 국회의 조치와 유사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죄에 대한 법적 절차는 거의 소문이나 신고에 의존하지만, 폭력 사건 발생 시 가해자들은 대부분 처벌받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처벌 사례는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보고서에서도 계속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