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재신임 투표 약이 될 수 있을까
교회의 재신임 투표 약이 될 수 있을까

목회자 재신임 투표, 성도는 슈퍼 '갑' 

목회자 자질 평가에 의문 제기


최근 뉴욕 인근에 위치한 모 한인교회가 새로운 목회자 청빙 절차를 마치고 최종 결정된 목사에게 청빙 수락을 제의하는 동시에 1년 후 재신임 투표를 시행하기로 하자, 해당 목사가 청빙 수락을 거절한 사실이 알려졌다.

청빙 제의를 거절한 목사 당사자는 "최종 선발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 일이지만, 청빙 과정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목회자 재신임 투표의 조건은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 제정한 청빙 조건인 재신임 투표는 목회자의 사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신앙 공동체를 향한 목양 사역의 일관성을 저해할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목회자에 대한 '재신임 투표'는 교단과 교계를 넘어서 진통을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미 안정적으로 정착된 교회도 있지만, 교회가 가진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광문 박사는 "교회 측에서 제안한 재신임 투표는 목회자의 전횡을 막고 견제와 균형 (checks and balances)을 이룰 수 있지만, 교회가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수용한다면 이것은 이상적인 모습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개 교회가 처한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제도적 장치가 잘 갖춰진 교회는 목회자의 임기제가 교회와 목회자 간의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목회자의) 사역적 고유 권한과 직분적 책임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총장을 지낸 풀러도 목사가 교회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의 맥락은 교회의 항존직 목사 제도를 비판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별다른 재신임 절차 없이 교회가 정한 정년까지 사역을 보장하는 '종신 재직권(Tenure)'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목회자의 도덕성과 윤리적인 면을 엄격하게 평가하며, 다양한 조건으로 견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