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반대하는 '거룩한 방파제' 통합국민대회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과 대한문 일대에서 열렸다. 우리 사회에 거센 파도로 몰려드는 동성애 세력을 막아내기 위해 이날 서울 도심 한복판에 모인 20만여 명의 성도와 시민들은 퀴어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당장 음란한 죄악에서 돌이키라"고 외쳤다.
대회장 오정호 목사는 설교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복음으로 살리고, 우리 모두가 이 시대에 거룩한 방파제로서, 우리의 자녀들과 가정을 지키고, 교회와 조국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거룩한방파제로 쓰임 받길 바란다"며 "성 혁명의 여파가 대한민국에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들이 거룩한 방파제가 되어서 우리의 자녀들의 미래를 지켜 나가야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회사를 전한 유만석 목사도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에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영적인 방파제를 허락해 주셨다. 동성애 반대 국민대회를 여는 곳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밖에 없다"며 "우리 모두 거룩한 방파제가 되어서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고, 민족을 깨우는 우리 모두가 되자"고 강조했다.
'거룩한 방파제'는 매년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려 건전한 사회 성 질서를 파괴하는 걸 막기 위해 교계 반 동성애단체와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조직한 국민 통합형 조직을 일컫는 말이다. 음란 세력이 나라와 사회를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막아 거룩성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거룩한 방파제'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룩한 방파제'는 반 동성애를 기치로 여러 단체가 자생적으로 뭉치긴 했으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결성된 비상조직이란 점에서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6월 첫날 주말 한낮에 20만여 명을 헤아리는 인원이 한 장소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의 밀려드는 동성애 확산을 이대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뜨거운 의지의 발로를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성도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단지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심리적인 요인에만 있진 않다. 21대 국회에선 발의로 그쳤지만 막 개원한 22대 국회에서 더 거센 입법 압력이 예상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학생인권조례' 등을 막아내야 한다는 중차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 과제 앞에서 젠더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세력의 집요한 성 혁명 공세로부터 우리 사회와 가정, 자녀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나 둘씩 모여 거리를 채운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에 충격을 주는 일들이 인근 퀴어축제 현장에서 벌어졌다.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라는 이름이 붙은 '무지개예수'라는 단체에 속한 30여 명의 목회자들이 이날 오전 서울퀴어문화축제 개회식과 함께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무지개 축복식'을 진행한 것이다.
기독교 부스를 차려놓고 성 소수자 축복식을 진행한 이들은 부스를 찾아온 동성 커플들에게 무지개 천을 씌워주고 눈을 감고 축복하는 문구를 읽어준 뒤 마치 성찬식을 거행하는 것처럼 떡과 포도주를 먹게 했다. 이들의 행동은 감리교 소속의 이동환 목사가 인천 퀴어축제에서 축복식을 거행한 게 문제가 돼 결국 교단으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것을 비웃는 듯해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이들은 "교회 안팎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을 축복하며 동행하는 것은 우리들의 차이와 다양성을 통해 만나는 하나님을 체험하며 이해해 가는 소중한 선택이자 신앙적 도전"이라는 식으로 동성애자 축복에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들이 어느 신학교에서 목회자 수업을 받고 어느 교단에 목사 안수를 받은 목회자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는 목회자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될 일을 버젓이 자행하고도 하나님을 입에 올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성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해선 안 된다는 목적으로 퀴어축제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한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목회자가 동성애자들에게 축복하는 건 혐오·차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목회자라면 죄를 범하는 행위에 대해 꾸짖고 돌이키도록 하는 게 사명이지 이를 덮어주고 도리어 축복하는 건 회개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이기에 해선 안 될 금기사항이다.
'거룩한 방파제'는 문란한 동성애로 지구상에서 사라진 소돔과 고모라가 되지 않도록 서울을 지키겠다고 나선 이들의 의로운 행동이다. 그런 점에서 복음에 근거해 나선 이들의 행동은 한쪽에서 동성애자를 축복한 일부 목사들의 행동을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들이 복음을 위해 부름 받은 목회자라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뉘우치거나 아니면 스스로 목사 자격을 반납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성 소수자는 우리 사회 약자이기 때문에 인권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기독교계 보수단체가 퀴어축제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맞불집회를 열었다며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성 소수자를 사회적 약자라 하는 이들에게 정말 궁금한 게 있다. 동성애자들이 장애인과 미혼모, 어린이, 독거노인, 피부색으로 판단하는 인종 차별 등과 정말 같은 처지라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동성애자가 사회적 약자라면 젠더 이데올로기로 입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기득권 세력을 닮은 행태 또한 사라져야 한다. 매년 수도 서울 한복판을 점거해 가족단위 나들이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주말의 시민들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건 사회적 약자가 아닌 거대한 기득권 집단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오염된 성문화로부터 나라와 사회, 가정을 지키려는 몸부림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 또한 혐오와 다르지 않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