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네 보물이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마태복음 6:19-21)

 필자가 미국에 와서 살면서 흔히 접하는 뉴스는 미국 재벌들이 기부를 자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기부는 남자 부자들뿐만 아니라 부인들도 기부를 하는데, 그 중에는 세계적 거부(巨富:큰 부자) 부부가 이혼한 후에 부인이 남편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재산을 다시 사회에 환원했다는 소식입니다.

 2020년 11월, 텍사스 주 San Antonio의 YWCA 사무소장은 한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떤 남자가 맥켄지 스캇이 귀 기관에 기부를 하려 하는데, 몇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사무소장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맥켄지 스캇(McKenzie Scott)이 YWCA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기부할 테니 은행 계좌를 알려 달라는 말을 듣고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제푸 베조스(Jeffrey Bezos) Amazon 회장의 전 부인 McKenzie Scott은 2019년 4월,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마존 주식의 4%(당시 380억 달러)를 받았는데, 스캇은 자기가 받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을 세웠고, The Giving Pledge(억만장자들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한다고 서약하는 캠페인)에 서명했습니다.

 스캇은 이혼 1년 만인 2020년 7월, 116곳에 17억 달러를, 12월에 382개 단체에 41억 6천만 달러를, 2021년 6월 286곳에 27억 달러를, 2022년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11억 달러를, 그리고 2023년 360개 단체에 22억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2023년 3월 말에 361개 비영리 단체에 6,400만 달러를 기부하여 불과 4년도 안 되는 동안에 10회에 걸쳐, 1,900여 단체에 172억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전 남편 베조스를 비롯해서 전 세계의 수많은 거부들이 The Giving Pledge에 서약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자기 재산을 스스럼없이 기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가늠할 수 있지 않습니까?

 스캇은 기부를 할 때 전문 팀을 통해서 기부 대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선정한 후에 전화로 기부 사실을 알린 후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수표를 전달하고 조용히 사라집니다. 거창한 증정식이나 신문 기자들을 불러서 사진 찍고 온 세상에 알리는 일은 추호도 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조건 없이 마음대로 쓰라고 합니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프라이버시를 지켜 달라는 것입니다. 스캇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거나 직접 연락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스캇은 물론 팀원들 누구도 어떤 언론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합니다.”(마 6:3) 스캇은 “개인의 재산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집단의 노력의 산물이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우리 모두를 돕는 일이다. 나는 금고가 완전히 빌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재벌들과 이혼한 부인들이 엄청난 위자료를 받고도, 사회에 재산을 환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일이 있나요? 이런 기부행위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수천 년 동안 기독교 문화권에서 쌓인 기부 문화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가족 중심의 유교 문화권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기독교권의 기부 행위는 예수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네 보물이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 6:19, 21)고 하신 말씀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재산의 사회 환원은 재벌들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내가 가진 재산이 많지 않아도, 그 중 약간(1/10)은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어렵게 공부하는 고학생들에게, 고아와 과부와 독거노인, 장애인들에게 도와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지고....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