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죽으면 기도(氣道)가 막혀
탐욕 버리고 수도사적 삶 회복을
전도·개척·소그룹·회의법 교육을
가는, 보내는, 돌보는 선교 공동체
교회-가정 연계 신앙교육 시스템
"'개혁(改革)'은 '가죽(革)을 벗긴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남을 개혁시키려 하면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교회는 스스로를 개혁해야 한다."
2019년 말 거룩한빛광성교회 담임에서 은퇴한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이사장)는 급변하는 목회 환경에 방향성을 제안하고, 불시에 찾아올 통일 시대를 대비하며, 청년들의 신앙과 진로를 멘토링하느라 담임 시절 못지않게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설 연휴 직전, 일산의 크로스로드 사무실에서 크리스천투데이와 인터뷰한 정 목사는 '3만 불 시대 위기론'을 제기했다. 또 3040세대 단절, 신학의 사변화, 문화유산 실패, 교회의 정치화, 시대 변화 인식 부족, 가정신앙교육 실패 등,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한국교회 위기 징후들을 15가지로 분류했다. 그리고 '진단'을 넘어 '대응 방안'까지 15가지로 제시했다.
한국교회가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첫 번째 대응책으로 정 목사는 '영성 회복'을 꼽았다. 그는 "기도가 죽으면 '기도(호흡기)'가 막히고 교회는 죽는다. 말씀과 기도, 사랑의 실천, 광야훈련, 금식기도와 같은 영성이 우선 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며 "예수, 복음, 중생, 천국, 만인제사장 등 개신교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목회자만이 제사장이 아닌, 만인이 제사장임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셋째는 "거룩성, 수도사적인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장신대학교 신대원 학생회장 시절, 故 엄두섭 목사가 세운 은성수도원이 장신대의 경건훈련장이 되도록 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그는 "교회가 탐욕을 버리고 자족의 은혜를 누리는 본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로 '인재 양성'을 꼽은 그는 "교회가 인격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미래세대를 인격자로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다섯째로 '신학의 목회화'를 강조하며 "주요 신학교에 전도학·개척학이 사라졌다. 설교·소그룹·스피치·회의법·인간/문화 이해 등을 가르쳐야 한다"고 전했다.
여섯째로는 당회제도를 개선해 '소통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도사 시절 '장로 임기제'를 주장했다. 개척 후에는 목사 신임 투표, 보너스 폐지, 장로들의 당회 임기 제한, 당회 3분 이상 발언 금지 등 개혁적인 제도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일곱째는 '문화 침투'를 꼽았다. 정 목사는 "예전에는 교회 문화가 세상 문화를 이끌었는데, 이제는 아니"라면서, "대중친화적 찬양, 연극, 설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덟째는 '선교 공동체'로, "가는 선교, 보내는 선교, 그리고 돌보는 선교가 있다. 특히 200만 다문화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면, 우리가 가서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것보다 효율적인 선교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 목사는 "'개혁'은 '가죽(革)을 벗긴다'는 뜻"이라며 "남을 개혁시키는 것은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교회는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
아홉째로는 '통일시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회에서조차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지 않는다. 통일 없이는 평화가 없고, 언제나 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통일의 당위성을 교회에서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열 번째는 '시대 인식의 변화'로, "한(1) 영혼에 집중해라. 12제자를 공동체를 세우라. 100명이 정답이고, 300명은 대형교회다. 1,000명은 초대형교회며, 1,000명 이상은 분립해야 한다"고 했다.
열한 번째는 '양극화 해소'로, "좌우로 치우치지 말자. 민들레 전략으로 전부 나누고 흩어야 한다"고 했다.
열두 번째로는 '교회-가정 연계 교육 시스템'을 강조하며 "가정과 학교에서 신앙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부모의 교사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열세 번째로는 '성경교육'을 꼽으며 "특별히 암송교육을 해야 한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 600구절만 암송하면 핵심 구절을 다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열네 번째는 '신학 교육의 전문화'로, "목회, 음악, 선교, NGO 등의 영역을 나눠 교육해야 한다. 이미 미국 남침례회는 음악목사가 설교하지 않고 음악만 담당한다. 은사에 따라 영역을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은 '올라인(All-line) 교육'으로,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동시에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 목사는 "삼성을 초일류로 이끈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구호처럼, 교회도 본질만 빼고 과감히 개혁과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