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렬 교수는 서울대학교(B.M.)를 졸업하고 서든침례신학대학원(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M. Div.를, 영국 에딘버러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 신약학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 2010년부터 캔자스시티에 소재한 미국 남침례교단 소속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Mid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약학 교수로 다양한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Ph.D. 논문을 지도하고 있다. <Christological Rereading of the Shema in Mark's Gospel>, <바디매오 이야기> 등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
성탄주간 묵상 (1) [2023년 12월 18일 월요일] 우리의 굴곡진 삶과 예수님의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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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제4의 반응
<오늘의 본문>
마태복음 2:1-12
2:1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2:2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2:3 헤롯 왕과 온 예루살렘이 듣고 소동한지라
2:4 왕이 모든 대제사장과 백성의 서기관들을 모아 그리스도가 어디서 나겠느냐 물으니
2:5 이르되 유대 베들레헴이오니 이는 선지자로 이렇게 기록된 바
2:6 또 유대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대 고을 중에서 가장 작지 아니하도다 네게서 한 다스리는 자가 나와서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리라 하였음이니이다
2:7 이에 헤롯이 가만히 박사들을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자세히 묻고
2:8 베들레헴으로 보내며 이르되 가서 아기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찾거든 내게 고하여 나도 가서 그에게 경배하게 하라
2:9 박사들이 왕의 말을 듣고 갈새 동방에서 보던 그 별이 문득 앞서 인도하여 가다가 아기 있는 곳 위에 머물러 서 있는지라
2:10 그들이 별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
2:11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니라
2:12 그들은 꿈에 헤롯에게로 돌아가지 말라 지시하심을 받아 다른 길로 고국에 돌아가니라
<해설 및 묵상>
우리에게는 오직 한 분 그리스도가 계시다. 이 세상의 메시야는 오직 예수님 한 분뿐이다. 그러나 한 분 주 예수(엡4:5)에 대한 반응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다양하다. 우리의 저자 마태는 메시야의 탄생에 관한 세 가지의 대조적 반응을 묘사하는데 오늘 그에 대해 함께 묵상해 보려고 한다.
1. 동방박사들의 반응
먼저는 동방박사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왕이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그를 경배하기 위해 수고스럽게 먼 길을 여행하여 예루살렘까지 왔다. 긴 여정으로 피곤했겠으나 막상 동방박사들에겐 기쁨이 넘친다(마2:10). 이들은 아기 예수를 경배하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귀한 예물을 그에게 드린다(2:11). 물론 여기서 동방 박사들이 기뻐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동방에서 봤던 그 별을 다시 발견했기 때문이겠으나, 그들이 유대 땅에 온 궁극적 이유가 왕으로 난 아기를 경배하기 위해서였기에(2:2) 별을 발견한 기쁨을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기쁨과 굳이 분리할 필요는 없다. 이 대목에서 마태는 중복적 표현("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을 통해 기쁨에 찬 동방박사들의 반응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2:10, 필자 주).
2. 헤롯 왕의 반응
또 다른 반응이 헤롯 왕('헤롯대왕'으로 불리며 주전 37~주전 4년에 유대 땅[Judaea]을 통치했음)에게서 발견된다. 헤롯은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하는 대신 자신이 온갖 정치, 군사, 외교적 수완을 동원하여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쌓아 놓은 것들을 지키는데 몰입한다. 헤롯은 왕이신 그리스도의 탄생 소식을 자신의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유대인의 왕'인데, 자신 말고 다른 왕이 있다는 이야기에 기겁한다. 헤롯에게는 자기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강박적 집착과 거기에서 연유한 두려움이 충만하다. 그렇기에 서슴지 않고 교묘한 거짓말을 해댄다(2:7-8). 동방박사들을 은밀히 불러 '나도 왕으로 난 아기를 경배하겠다'고 말하며 동방박사들이 아이에 대해 발견하게 될 고급 정보를 자신에게도 알려 달라고 요청한다(2:8).
그러나 헤롯이 동방박사들을 은밀히 불렀던 이유는, 그 아기의 소재가 파악되는 즉시 그 아기를 살해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헤롯은 그 아기를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왕권을 견고히 하고자 했다. 헤롯이 왕으로 난 이를 경배하려고 했다면 왜 굳이 동방박사들만 따로 불러 은밀히 이야기 했겠는가? 그가 왕으로 난 아기를 진정 경배하고자 했다면 왜 동방박사들을 따라 직접 나서지 않았겠는가? 동방박사들만 따로 초청하여 비밀스럽게 대화하는 은밀한 태도는 헤롯의 목적이 사실 (왕으로 난 이에 대한 경배가 아니라) 살인임을 암시한다. 동방 박사들이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고 아무 정보를 주지 않은 채 다른 루트를 통해 본국으로 귀환하자 헤롯은 그로 인해 격노하는데, 그같은 분노는 헤롯이 경배와는 무관한 전혀 다른 뜻을 품고 있었음을 확인해 준다. 격분한 헤롯은 왕으로 난 아기를 죽이기 위해 광기 어린 집단 학살(massacre)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자신의 기득권 수호에 대한 집착적이고 극단적 태도가 갖고 있는 살인적 파괴력을 목도한다. "이에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 때를 기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2:16)."
3. 유대종교지도자들의 반응
지금까지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헤롯 왕과 동방박사들의 반응을 서로 비교했다. 이 둘의 반응은 서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이 둘의 반응만큼 눈에 잘 띄진 않지만, 또 다른 반응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종교지도자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전, 현직 대제사장을 포함한 대제사장 가문 및 당대의 성경학자였던 서기관들을 일컫는다(2:4). 구약에 대해 무지했던 헤롯 왕과 달리, 이들 유대교 지도자들은 미가서 5:2의 예언에 근거하여 메시야가 베들레헴에 태어난다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미5:2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에, 영원에 있느니라
그러나 이들 유대교지도자들은 동방의 박사들을 통해 메시야가 태어났다는 소문을 접한 후에도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만일 이들이 메시야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을 얼마라도 갖고 있었다면, 적어도 동방 박사들을 따라 베들레헴으로 가서 왕으로 났다는 그 아기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종교지도자들은 지극히 냉담하고 무관심했다. 이들의 대처 방식은 바로 무반응이었다. (물론, 무반응 역시 지극히 의도된 반응이고 또 책임져야만 할 반응이다!) 유대종교지도자들은 성경적, 신학적으로 메시야에 대해 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메시야에 대한 인격적인 관심과 참된 열정은 이들 가운데 부재했다. 그랬기에 성경적, 신학적 지식 측면에서는 헤롯 같은 정치인들보다 크게 진보해 있을지 모르나, 결국 이들은(조금 더 정확하게는 이들의 후예들은) 예수를 죽이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마26-27장 참조).
근데 대제사장과 백성의 서기관들은 왜 메시야에 대한 소문에 대해 이렇듯 무관심하게 반응했을까? 1 세기 당시 유대교분파들 중 메시야의 임박한 도래에 대한 특별한 기대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에세네인데, 이들은 성전을 중심으로 한 당대 유대교 권력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었다. 그래서 성전권력자들과 섞이지 않고 유대 광야로 들어가서 공동체를 이루어 살면서 쿰란문헌을 생산해냈다. 에세네파 외의 1세기의 다른 유대 분파들은 대부분 메시야의 임박한 도래에 대해 크게 기대치 않고 있었던 듯하다. 어쩌면 그것이 메시야 탄생의 소문에 대해 주요 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이토록 무관심했던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실제 이유가 무엇이든, 그리스도에 대한 무관심과 무반응은 정당화될 수 없다(요14:6; 행4:12 참조).
4. 제4의 반응(당신의 반응)
이방인인 동방의 박사들은 먼 길을 수고스럽게 여행하여 왕으로 나신 그리스도를 찾아가 경배하는데,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은 이토록 그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로 느껴진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모습이 혹시 당시 유대교지도자들 모습 같지는 않은가? 많은 신앙적 지식과 신학적 논리를 갖고 있으나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 냉담한 그 모습 말이다. 혹시 우리가 이들 종교지도자들처럼 성경에 대해 좀 알고 입술로는 멋드러지게 신앙 고백을 하지만, 속으로는 주님에 대한 열정과 사랑 없이 지내며 시간 때우듯 삶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신앙적, 신학적, 실존적 이유를 대가며 그럴싸하게 변명할 수 있을런지 모르나, 그런다고 그리스도에 대한 무관심과 냉담함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혹은 우리가 헤롯처럼 그리스도의 통치 주권보다는 자신의 알량한 '자가주권'을 중요하게 여기며 예수의 통치로부터 자기 삶의 특정 영역을 보호하고자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독자 중 헤롯 같은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대하는 이는 아마 없으리라 생각한다. 헤롯처럼 '나도 가서 왕으로 난 이를 경배할게'(마2:8 )라고 말 해 놓고 뒤에서 악한 계략을 세워 그를 제거하려고 드는 분은 없으리라 믿는다(물론 그것이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그러나 '예수님,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만은 내 삶에서 터치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암묵적 요청을 해대며 집착적으로 자기주권 수호에 용쓰고 있는 경우는 없는가? 헤롯처럼 대놓고 거짓말을 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과장, 축소, 은폐를 묵인하는 경우는 사실 적잖다. 입으로는 '주를 경배합니다'라고 고백하지만,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더 많다. 말로는 '주께만 영광 돌립니다'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일에 더 관심을 두는 일도 많다. 솔직히 그렇다.
오늘 한 분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세 가지 반응을 살펴봤다. 성탄을 준비하는 이 시간, 당신은 그리스도께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당신이 보일 제4의 반응은 무엇인가?
<한 줄 기도>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그를 향한 순종과 예배로 이어지게 하소서!
편집자 주, 본 성탄묵상 가이드는 이장렬 저, <마태복음 1-2장을 중심으로 한 25일간의 성탄 묵상>(2019, 요단출판사)에 근거한 내용이며 요단출판사 및 저자의 동의 하에 게재합니다. 이 책에 관한 추가 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5일간의 성탄 묵상| https://mall.godpeople.com/?G=9788935017898
필자 주
헬라어 구문을 보면, 2:10에서 저자 마태는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크게 기뻐했음을 묘사하면서 형용사와 부사를 중복 사용하여 이들의 기쁨을 부각시킨다. 해당 구문을 한글로 직역하면, '큰 기쁨으로 크게 기뻐했다' 정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