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 주의 폭력 사태 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인도 정부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12일 채택된 결의안은 5월 마니푸르의 부족 간 충돌로 인해 120명 이상이 사망하고, 5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되었으며, 1700채의 주택과 250개의 교회가 파괴되었다고 보고했다.

국제 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은 성명을 통해 이번 충돌이 지역 내에서 힌두교도가 우세한 메이테이(Meitei) 부족과, 기독교도가 많은 쿠키조(Kuki-Zo) 부족 간의 충돌로 묘사했다.

반면, 쿠키조 지역사회는 이번 사태가 임팔 지역 내에 있는 아람바이 텡골(Arambai Tenggol)과 메이테이 리푼(Meitei Leepun)이라는 두 개의 메이테이 부족 단체가 폭력을 선동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유럽 의회에서 다수결로 채택된 결의안은 인도 정부에게 폭력 선동자에 대한 처벌과, 해당 사건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 인권 의무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은 “힌두교 다수주의를 조장하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분열 정책과, 무장 단체의 활동이 증가한 것에 대한 우려가 있어왔다”며 “안보 당국의 당파적 개입으로 인해 당국에 대한 불신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니푸르 주정부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현장 사살 명령을 내렸으며, 인터넷을 차단하여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정보 수집과 보도를 심각하게 방해했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양측이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정치 지도자들에게 선동적인 발언을 중단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긴장을 중재하는 공정한 역할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어떠한 민족주의적 언사도 규탄한다”며 “정부의 행동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범죄로 처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인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내정에 대한 이러한 간섭은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반영한다”며 “사법부를 포함한 모든 수준의 인도 당국은 마니푸르의 사태를 파악하고, 평화와 화합,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결의안에 앞서 열린 토론에서 유럽의회 의원인 미리암 렉스만(Miriam Lexmann)과 라디슬라프 일치치(Ladislav Ilčić)는 인도의 종교적 소수자들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렉스만은 “기독교 신자를 겨냥한 조직적인 공격이 광범위한 파괴와 삶의 파편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으며, 일치치는 “유럽연합은 폭력을 무시하거나,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등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2023년 5월 3일부터 6일까지 마니푸르의 폭력 사태는 심각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이 충돌은 올해 4월 마니푸르 고등법원이 주정부에 메이테이족을 예정된 부족 목록에 포함시키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촉발되었다. 이 명령은 메이테이족이 부족 지역에서 토지 구매를 가능하게 했고, 부족 그룹들 사이에 불안감을 조성했다.

의회 연사인 스벤 사이먼(Sven Simon)과 베르트-얀 로이센(Bert-Jan Ruissen) 의원은 인도 정부에 질서 회복과, 가해자를 재판에 회부하고, 종교의 자유를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센은 “이러한 분야에 대한 보장 없이는 인도와의 새로운 무역 협정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계 미국인 기독교 단체 연합회(FIACONA)의 회장인 코시 조지(Koshy George)와 의장인 존 프라부도스(John Prabudoss)는 유럽의회의 공개적인 대응에 찬사를 보내며, 마니푸르의 지속되는 위기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FIACONA는 인도에서 기독교 신자를 향한 증가하는 박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종교적 소수자에게 차별적인 지역, 주 및 국가 차원의 법률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FIACONA가 올해 발표한 연례 보고서는 2022년 인도 전역에서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폭력 건수가 1198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사건들이 힌두 민족주의 우익 정당인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과 그 모체인 국민 의용단(Rashtriya Swayamsevak Sangh)과 연계된 단체에 의해 발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