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 몇 달 전 기독교인 부족의 한 남성이 참수당하고 다른 세 명이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대법원이 정부에 현지의 법적 상황을 파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인도 현지 매체 퍼스트포스트(First Post)는 "주일 쿠키조(Kuki-Zo) 부족의 본거지인 추라찬드푸르 지역의 랑자 마을에서 데이비드 티엑(David Thiek)으로 확인된 남성이 살해 및 참수를 당한 후 마니푸르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한 주민은 인터뷰에서 "티엑은 피난 간 이들의 집을 보호하기 위해 마을에 남은 봉사자 중 한 명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다수의 힌두 메이테이 부족과 쿠키-조미 부족 사이의 갈등으로 마니푸르주 비슈누푸르구와 추라찬드푸르구 경계에서 3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으며, 5월 3일 이후 최소 137명이 사망했다. 3명의 신원은 닌곰밤 이봄카(34), 나오렘 라즈쿠마르(26), 하오밤 이보카(26)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지속되는 폭력과 관련해 접수된 두 가지 청원을 고려 중이다. 그 중 한 가지는 마니푸르 부족 포럼(Manipur Tribal Forum)이 인도군에 기독교인들로 구성된 쿠키 부족의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메이테이 부족을 정부가 인정하는 부족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하라는 고등법원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메이테이 부족의 현황과 관련된 이 문제는 주 내부의 불안을 촉발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당 건에 대한 다음 청문회는 10일로 예정돼 있다.
마니푸르부족포럼에 출연한 콜린 곤살브스(Colin Gonsalves) 수석 변호사는 "현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인도 법무차관은 "군대 배치와 구호 캠프 설립 등으로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NPR에 따르면, 중도좌파 의회당의 지도자인 간디는 최근 이 지역을 방문해 "마니푸르 사람들의 고통을 나누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며 정부에 식품과 의약품 제공 등 구호 캠프의 기본 편의 시설을 개선하고 폭력을 종식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는 "마니푸르의 대학들은 5일 수요일에 수업을 재개했지만, 실향민 학생들은 중요한 수업과 시험을 놓치고 돌아올 것을 두려워한다"며 "처음 제공되는 온라인 과정은 인터넷 폐쇄로 방해를 받았다"고 했다.
교수진과 지방 당국에 따르면, 쿠키-조미 의대생의 상황은 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의과대학이 임팔의 메이테이가 통제하는 계곡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쿠키 학생회는 대학 당국과 각 기관의 이사들에게 실향민 문제를 제기했으나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대법원이 국가에 업데이트된 상황 보고서를 요구하고 평화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기에, 마니푸르의 분쟁이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야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인도군이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추가 병력을 배치했지만, 긴장은 여전히 높다"고 했다.
마니푸르주 정부는 힌두 민족주의자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이 이끌고 있는데, 이 당은 쿠키-조미 부족과의 분쟁에서 메이테이를 지원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마니푸르교회협회는 메이테이와 쿠키-조미 공동체에 속한 400개 이상의 교회, 기독교 학교, 가정 및 신학교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언론인 데이비드 캄파네일(David Campanale)이 최근 국제 종교자유신앙연맹(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or Belief Alliance)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이테이 기독교 공동체는 주로 자신의 민족 공동체에 의해 심각한 박해를 받고 있다.
영국 피오나 브루스(Fiona Bruce) 종교자유특사가 회람한 이 보고서는 "폭력 사태로 거의 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수백 개의 마을이 황폐화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