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한교연 "대승적 결단 폄훼 못해"
한기총 "이제 일본 응답할 차례"
윤석열 정부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국내 재단이 기부금을 조성하는 '제3의 방안'을 6일 발표하자, 기독교계 연합기관들은 일제히 일본에 반성을 촉구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일본에는 진정한 반성과 함께 신뢰 회복을 주문했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교총)은 6일 "오늘은 미래의 과거다. 오늘의 결정과 방향이 미래를 결정한다"며 "상호 노력으로 화해와 회복의 문을 열어, 일본이 우리에게 끼친 피해를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천명했다.
한교총은 "한일 간 과거사 문제 중 하나인 강제징용 문제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먼저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응답을 촉구한다"며 "우리 정부는 폭넓게 피해 당사자와 국민 의견을 경청하고, 미래 청사진을 진솔하게 설명함으로써 국론 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일 양국 지도자는 가까운 이웃으로서 상호 존중과 반성을 통해 신뢰관계의 토대를 놓고, 동북아 안정과 미래 세대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행동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이하 한교연)은 7일 "피해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을 통한 배상이 아닌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흡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나, 고착 상태에 있는 한·일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한교연은 "이 해법의 성공 여부는 우리 정부의 결단에 일본 정부가 어떤 자세로 호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며 "1965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청구권협정에 서명하고 일본으로부터 3억 달러 무상 자금과 2억 달러 차관을 받았다. 정부가 포스코 등 16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징용 피해자에게 채무를 대신 갚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은, 이들 기업이 당시 대일 청구권 자금의 수혜를 본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자금을 되돌려 주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해법에 대해 '제2의 경술국치이자 대일 굴종 외교'이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한·일 간 오랜 갈등의 원인이 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에 책임 있는 일본 기업을 통한 배상이 아닌, 우리 재단 기금을 활용하기로 한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야당도 국정 운영의 동반자란 점에서 책임이 없지 않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일본에 다시 배상하라는 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문희상 국회의장도 '한국·일본 기업과 국민 성금을 모아 대위 변제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정부의 해법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그래놓고 정부를 맹비난하는 건 169석을 가진 제1야당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 정부가 5년동안 어떤 해법을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누구보다 야당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죽창가'를 불러대며 국민의 반일 감정에 불을 일으켜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교연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했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일본에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 반면, 윤 대통령이 일본을 '협력하는 파트너'로 부른 건 국민 정서상 아직 용납되지 않는 점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과거를 잊지 말되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북한 핵 위협이 날로 증대되는 현실에서 과거에 매달려 오늘을 실기해서는 안 된다.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든든한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하고, 동시에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 즉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함부로 폄훼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이 윤 정부의 외교적 '고육지책'이란 점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와 달리 보다 성의 있는 자세로 호응하기를 바란다"며 "아울러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통열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25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도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을 향해 나아가자'는 논평을 8일 발표했다.
한기총은 "이번 결정은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일로였던 한일 관계를 풀어내고 안보와 경제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고, 대한민국을 둘러싼 외교 상황을 미래에 방점을 두고 해결하려 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죄는 일본의 몫이다. 전쟁범죄로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침묵이나 역사 왜곡으로 변명하는 것은 오로지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여 식민지화한 제국주의의 잔재일 수 밖에 없다. 입장 계승이라는 소극적 대응도 부족하다"며 "독일의 경우 나치 피해 포괄배상협정을 체결한 후에도 피해자들을 찾아 배상했고, 특히 1970년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유대인 추념비 앞에서 빗속에서도 무릎을 꿇고 사죄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또한 협약을 개정하면서까지 피해자를 찾아 배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하신 말씀처럼, 강제 징용 피해자들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하고 위로하며, 일본의 사죄를 촉구한다. 그러나 정부의 결단과 해법을 국론분열로 정쟁화시키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국제정세상 경색된 한일 관계를 누군가는 풀어야 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는 전쟁 중에도 외교를 해야 한다. 반일 감정으로 미래를 위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과거에 갇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껏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서 본인들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해 왔던 것을 끊고,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며 우리 정부가 일본을 향해 손 내민 것"이라며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은 한일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향성에 공감하며 지지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제 일본이 응답할 차례이다. 진정한 미래 협력자요 파트너가 될지는 일본이 어떠한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과거를 잊지 말되, 과거를 교훈 삼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잘못된 과거를 사죄로 청산하고,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NCCK는 정의·평화위원회 '제3일의 소리' 명의로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7일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시종일관 전쟁범죄 사실을 부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사과를 끝끝내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 당사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일본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역사를 부정한 참으로 굴욕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사죄를 먼저 한 다음 다른 모든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비판한 피해 당사자 양금덕 할머니의 일갈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NCCK는 "윤석열 정부는 터무니없는 해법을 갖고 대국민 설득 운운하지 말고, 전국민적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여 굴욕적인 해법을 당장 철회하라"며 "피해당사자들의 고통과 피 끓는 호소에 귀 기울이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국민 존엄성을 회복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수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