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이 피해의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을 통한 배상이 아닌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흡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나 고착 상태에 있는 한·일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정부의 해법은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 대신 우리 재단이 우선 원고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되 이후 일본 측이 여기에 호응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해법의 성공 여부는 우리 정부의 결단에 일본 정부가 어떤 자세로 호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1965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한·일청구권협정에 서명하고 일본 으로부터 3억 달러 무상 자금과 2억 달러 차관을 받았다. 정부가 포스코 등 16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징용 피해자에게 채무를 대신 갚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은 이들 기업이 당시 대일 청구권 자금의 수혜를 본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자금을 되돌려 주는 의미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해법에 대해 “제2의 경술국치이자 대일 굴종 외교”이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한·일 간에 오랜 갈등의 원인이 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를 피해의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을 통한 배상이 아닌 우리 재단의 기금을 활용하기로 한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러나 야당도 국정 운영의 동반자란 점에서 책임이 없지 않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일본에 다시 배상하라는 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문희상 국회의장도 ‘한국·일본 기업과 국민의 성금을 모아 대위 변제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정부의 해법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그래놓고 정부를 맹비난하는 건 169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다.

외교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 정부가 5년동안 어떤 해법을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누구보다 야당이 더 잘 알 것이다. ‘죽창가’를 불러대며 국민의 반일 감정에 불을 일으켜 외교로 풀어야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했다. 과거에 역대 대통령들이 일본에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 반면에 윤 대통령이 일본을 “협력하는 파트너”로 부른 건 국민 정서상 아직 용납되지 않는 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를 잊지 말되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증대되는 현실에서 과거에 매달려 오늘을 실기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든든한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한·일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의 안보, 대한민국의 경제, 즉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함부로 폄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이 윤 정부의 외교적 ‘고육지책’이란 점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보다 성의있는 자세로 호응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25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2023.3.7.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