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19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북한 비사회주의 그루빠 인권 침해 실태 및 가해 메커니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사회주의 그루빠란 일반적으로 북한 내 공식 당·법·행정기관 등에서 인원이 차출돼 구성되는 비상설 연합 형태의 조직이다. 김정일 시기,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의 흐름 속에 주민들의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집중 검열 및 단속을 목적으로 비상설 형태로 조직됐다. 특이한 점은 전 주민을 대상으로 불시 검열 및 수색을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동안 비사회주의 그루빠의 존재와 행태는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 조직의 규모 및 운영 체계, 인권침해 가해 구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NKDB가 공개한 연구 보고서는 북한이탈주민 32명(비사회주의그루빠 관련 재직자·피해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비사회주의그루빠의 조직 구조와 운영체계, 검열 및 단속 양상, 처벌 양상, 가해행위 구조 및 체계를 등을 자세히 담았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도급, 시·군 급 비사회주의 그루빠 규모와 명령 하달 방식, 일과 등에 대한 자세한 구조와 체계를 밝혀냈는데, 도급 비사회주의 그루빠의 경우 100여 명의 당·법·행정 인원이 5개의 팀으로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시·군 급은 10명~15명 내외로 조직돼 주로 저녁 8시~12시 사이 주민들에 대한 불시 가택수색을 통해 단속·검열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응답에 참여한 과거 비사회주의그루빠 재직자들은 대부분 비사회주의그루빠의 주요 업무인 검열·단속에 있어서 내부 규정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존재한다"고 했으나, 내부규정의 근거 법률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21.4%가 "잘 모름"이라 했다. 이 외에도 28.6%는 "형법"이라 했는데, 북한 형법 제4조 "죄형법정주의"의 명시는 명문화된 법과 실제 현실의 괴리를 보여 줬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김정은 시기 이후 장마당 활성화와 외부 정보 유입으로 인해 "북한 주민 79%가 비사회주의 행위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NKDB는 "이러한 응답 결과는 최근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한 이유와도 일맥이 상통하고 있다"고 했다.
심층 면접자의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은 생계(78.1%) 및 외부세계 대한 호기심으로 비사회주의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응답한 가운데, 이번 연구에서는 비사회주의 행위의 적발 이후 당국의 처벌 또한 일관성이 없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북한 당·법·행정 일꾼의 비사·반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반응'에 대한 질문에서 19.2%(엄격하게 처벌한다) 외에 나머지(80.8%)가 '이용', '묵인', '방조', '동참'을 짚어, 검열 및 단속과정에서부터 당국의 통제가 그대로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NKDB는 "결국 이러한 현실에서 북한 당국이 선택한 것은 '시범껨(본보기) 처벌'인데, 조사에서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처벌 결과로 '국내추방(강제이주)', '공개처형'을 경험·목격·득문해 보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그 원인을 '북한 당국에 의해 방침 또는 지시가 전국에 하달되었을 때 약 2~3개월 정도의 시범 기간 중 검열·단속을 당해 발생했던 결과'로 증언했다"고 했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서보배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본 조사에서 획득한 증언과 문헌을 종합해 봤을 때 비사·반사회주의에 대한 처벌은 행위의 엄중성과 법 조항의 엄격한 적용에 따라 결정되기보다는 북한 정권에서 주민들을 어느 정도로 강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이번 연구 보고서는 마지막 챕터에서 비사회주의그루빠의 책임규명 방안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인권침해 당사자인 피해자와 당·법·행정 기관 재직자를 아우른 조사와 연구를 통해 기존의 대리자 관점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가해자 책임규명 방안을 고찰했다.
연구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북한인권정보센터 홈페이지(www.nkdb.org)에서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