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서부의 한 무슬림 고위 관리가 정부 승인 없이 지역의 성탄 기념행사를 금지하는 다종교 단체와의 합의를 발표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이번 합의로 반텐(Banten)주 자바 섬의 마자 지구에서 종교적인 성탄 축하 행사를 여는 것은 사실상 금지됐다. 또 당국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소규모 모임이 공식적인 예배 허가를 얻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반텐주의 레박 리젠시(Lebak Regency) 대표인 이티 옥타비아 자야바야는 자신의 관할 28개 지구 중 하나인 마자(Maja)에서 성탄 축하 행사를 제한하는 ‘종교화합을 위한 포럼’(Forum for Religious Harmony)과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티는 레박 리젠시의 전 수장인 무야디 자야바야의 딸이며 무슬림이다.

이티는 24일 기자회견에서 “금지는 없지만 종교 화합 포럼의 합의 결과에 따라 (마자 지구에서) 크리스마스 합동 예배는 허가된 장소에서만 열릴 수 있다”라고 공표했다. 그러면서 마자에서 약 19km 떨어진 랑카스비퉁(Rangkasbitung) 지구에서 종교적인 성탄 축하 행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발표는 인구 절대다수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성탄절과 신년 축하 행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한이 없음에도 나온 종교적 규제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 및 타 종교의 예배당은 건축 허가를 받기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 옹호자들은 2006년 제정된 합동 장관 법령이 새로 개척된 교회의 허가 취득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이 법령에 따르면 새로 개척한 소규모 교회는 교인 90명과 타 종교 신자인 인근 지역 가구 60명의 서명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지역 당국은 요구 사항을 충족하더라도 건축 허가를 지연하거나 응답하지 않는다고 CP는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교회공동체(Communion of Indonesian Churches)의 전 대표인 안드레아스 예완고에는 모닝스타뉴스에 “중앙정부는 판카실라(Pancasila)의 가치와 헌법을 위배한 리젠시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카실라는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국민 전체의 통합과 사회 정의에 관한 정부 지침이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신학자이자 신설 정부 기관인 판카실라이념개발청(PIDA)의 일원인 그는 “인도네시아 헌법에는 종교 예배를 드릴 권리가 확고히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그러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이 권리는 사실상 하나님이 부여한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마자 지구에는 기독교인과 소수 민족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인해 교회나 예배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텐 종교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레박 리젠시 주민 140만 명 중 로마 가톨릭 신자 0.7%, 개신교는 0.14%에 불과하다.

올해 오픈도어스가 발표한 월드와치리스트(WWL)에서 인도네시아는 기독교인이 되기 가장 힘든 50개국 중 28위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회는 보다 보수적인 이슬람 기조를 채택했으며, 복음주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교회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의 표적이 될 위험이 크다.

보고서는 “서자바(West Java)나 아체(Ache)와 같이 극단주의 단체가 강력하며, 사회와 정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 지역이 있다”면서 “일부 지역은 교회 단체가 예배당 건축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승소를 포함한) 모든 법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지방 당국은 여전히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