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정부가 의학적 소견 없이 미성년자도 법적으로 성별을 바꿀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의회는 22일 ‘성별인정개혁법안’(Gender Recognition Reform bill)’을 찬성 86표, 반대 69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현재 왕실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은 ‘성별 인식 증명서’를 취득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췄다. 또 성별 불쾌감에 대한 의학적 진단 요건을 없애고, 개인이 선호하는 성별로 생활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개월로 단축하도록 했다. 이 법적 증명서는 사람의 성별을 “태어날 때 정해진 성별이 아닌 취득된 성별”로 명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국무장관인 앨리스터 잭은 성명에서 정부가 다양한 우려로 인해 이 법안을 차단할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잭은 정부가 “법안의 특정 대목,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안전 문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함께 나눈다”면서 “향후 몇 주 동안 2010년 평등법 및 기타 영국 전역의 법률로 인해 파생된 결과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필요한 경우 왕실 재가를 위한 법안을 중단하는 제35조 명령까지 포함할 것”이라며 시행 저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이자 스코틀랜드 시민인 J.K. 롤링은 이 법안을 비판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 10월 롤링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여성 권리의 파괴자”라고 적힌 셔츠를 입은 사진을 게시함으로써 법안에 반대했다. 해당 문구는 법안 옹호자인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제1장관을 빗댄 표현이다.

이 법안은 2004년 제정된 성별인식법을 개정하기 위해 3월에 발의됐다. 정책 지지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04년 법 제정 이후, 성 정체성 건강을 ‘정신 및 행동 장애’에서 ‘성 건강과 관련된 조건’으로 재분류하는 등 국제적인 진전이 있었다”면서 그 근거를 들었다.

성별 정체성 법은 지난 2012년 아르헨티나가 최초로 제정한 이후, 벨기에,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드, 몰타, 노르웨이 등에서 잇따라 합법화됐다. 이들 국가들은 현재 개인 의사에 따라 바꾼 성별을 합법적인 성별로 인정하고 있다.

스페인 의회도 같은 날(22일) 성별 전환을 간소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하원은 16세 이상부터 의학적 소견 없이 법적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188표, 반대 150표, 기권 7표로 가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