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이념, 다양성 존중 내세워 자연 본성과 원 모습 보호
디즈니 SF 영화들 기술 활용 인간 개조 관대한 건 모순
그 이유 이윤 추구와 함께, 다원성 가치 자체 모호성 탓
성경, 인체 개조 엄히 금지 확고한 윤리적 기준 제시해

◈디즈니와 기술문명: 정치적 올바름 이념과 첨단 기술문명의 만남

<아바타> 1편 제작과 개봉은 20세기폭스가 맡았다. 당시까지 20세기폭스는 미국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 산하 자회사였다. 그러나 <아바타>의 후속편(2편과 3편) 촬영 막바지에 접어든 2019년에 20세기폭스는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에 의해 인수되어 디즈니 자회사가 되었다.

디즈니 경영진이 <아바타> 시리즈의 서사나 연출에 함부로 간섭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지난 성과와 명성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디즈니 측은 원래 <아바타> 시리즈가 지니고 있던 흥행력, 그리고 자연환경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높게 평가하여, 이번 <아바타: 물의 길> 흥행에 많은 힘을 들이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의 제작비가 영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총 제작비 4억 달러, 한화 약 5,200억 원)도 디즈니가 이 작품의 흥행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원래 디즈니 스튜디오는 가정, 어린이, 판타지 중심의 서사를 주로 삼는 콘텐츠 제작에 주력해 왔던 까닭에, SF 쪽으로는 거의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2005년 밥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로 취임한 후 단기간에 할리우드의 SF 장르를 지배하는데 성공했다. 2009년에 <아이언맨> 시리즈로 커다란 성공을 거둔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2012년 <스타워즈> 시리즈 판권을 가진 루카스필름을 인수해 미국 내 SF 장르 영화계의 절대강자로 올라섰다.

디즈니가 자사의 SF 영화에 담는 메시지는 사실 현재 디즈니가 콘텐츠 제작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C) 이념과는 상충되는 면이 많다.

정치적 올바름 이념은 각 사람이나 생물이 자연적으로 지니게 된 원래 모습과 본성을 다양성 존중이라는 명분 하에 보호하도록 가르친다. 디즈니가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 이념의 관점에서는 이것이야말로 각각 누려야 할 삶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디즈니 산하 SF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복제 기술을 활용한 인간 개조에 대해서만큼은 무한히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각 인간이나 생물이 자연적으로 부여받은 원래의 신체를 기술적으로 조작하고 재구성해서 장애나 한계를 뛰어넘도록 하는 일을 온당하고 희망적인 일로 묘사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아이언맨을 필두로 하는 마블 엔터테인먼트 캐릭터 상당수는 첨단기술로 개조, 강화된 몸을 가지고 초인적 능력을 발휘해서 세계를 지키고,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복제인간인 클론들이 은하 공화국의 군사력을 담당하며, <아바타>에서는 아예 새로 제작된 몸으로 인간의 정신을 옮겨 놓는다.

물론 이 설정들은 디즈니가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20세기폭스를 인수하기 전에 정해진 것으로, 디즈니는 여기에 관여한 바 없다. 하지만 디즈니는 각 프랜차이즈를 인수한 이후 인간을 개조·강화·복제하는 SF 설정을 이어나갈 뿐 아니라, 오히려 이런 설정들을 더 강화하고 다변화해 서사를 창안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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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은하 공화국 소속 클론 병사들. 은연중에 복제인간의 유용함을 내세운다.

◈디즈니의 내적 모순: 삶의 자연적 다양성과 상충되는 인간개조 기술 예찬

디즈니의 이런 행보는 회사가 앞세우는 정치적 올바름 이념에 담긴 다원주의적 동기를 의심하게 만든다. 삶의 자연성을 주장하면서도 기술에 의해 조작되고 획일화되는 삶을 수긍하고 환영하기까지 하는 디즈니의 이중적 태도는 이 회사가 제작하는 영화, 드라마 속 메시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디즈니가 이런 자가당착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이윤추구이다.

겉으로는 삶의 자연성과 다양성을 외치지만, 막상 회사의 영업이익을 위해서는 이 자연성을 조작하고 다양성을 억압할 가능성이 다분한 기술문명을 과대포장해서 미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디즈니 경영진이나 콘텐츠 제작자들이 현재 최첨단 기술로 각광받는 인공지능 기술이나 유전자 공학, 인간복제 기술 등에 대해 제대로 된 고찰이나 반성을 한 적 없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 <아바타>를 비롯해 디즈니에서 제작하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콘텐츠 상당수는 이렇게 사유의 깊이가 결여된 기술 예찬론을 주된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디즈니의 콘텐츠 제작 태도에 엿보이는 자기모순의 두 번째 이유는 이 회사가 내세우는 다양성 혹은 다원성이라는 가치가 자의적으로 설정된 지극히 모호한 개념이라는 점이다.

다양성의 영역을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가? 그저 자연적으로 주어진 영역까지인가, 아니면 인간이 임의적으로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가?

다양성에 대한 이런 물음에 대해 디즈니의 콘텐츠는 물론이거니와, 정치적 올바름을 지지하는 수많은 이들도 그다지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어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신체와 관련된 첨단기술과 연관된 다양성 개념에 대해 정치적 올바름을 옹호하는 이들이 가진 생각은 허술하고 모호하다. 예를 들어 성전환 수술이 인간의 젠더 정체성에 다양성을 부여한다는 주장은 여러 모로 반박의 여지가 다분한 불완전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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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시리즈 속 기술문명을 통한 인간 개조에 대한 예찬은 삶의 자연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정치적 올바름 이념과는 상충된다. 즉 디즈니가 <아바타> 시리즈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확연한 내적 모순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기술이나 유전자 조작 기술처럼 인류의 신체 강화나 생명 연장에 최종적인 목적을 둔 기술들은 아직 이 기술들이 인류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될 경우 발생할 파급효과에 대해 제대로 된 전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는 의료계나 법조계 모두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디즈니 경영진이나 콘텐츠 제작자들이 영상 속에 담긴 환상의 매력을 이용해 아직 해당 분야 전문가들조차 제대로 조망하지 못한 인체 강화나 유전자 조작, 정신전송 기술의 미래에 대해 단정적으로 환영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반면 성경은 인체를 개조하거나 강화하려는 기술들에 적용될 수 있는 확고한 윤리적 기준을 제시한다.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자연적으로 부여된 종적 특성을 거역하거나 왜곡할 만한 행위들은 율법에서 엄히 금지된다.

이종교배와 수간, 그리고 남녀의 자연적인 성적 정체성을 거스르는 행위들은 성경에서 형벌의 대상이 된다. 이런 행위들은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에 대하여 정하신 섭리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다만 기독교계에서도 부분적인 장기이식이나 체내에 이식하는 보조장치 등 인간의 종적 특성 자체를 조작하지 않는 선에서의 의료 기술 활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즈니가 인수해서 경영하고 있는 미국 내 SF 프랜차이즈들이 선보이는 생체기술 활용 방식이나 메시지는 인간의 허약한 육신을 반드시 개조하거나 더 완전한 복제체로 교체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아바타> 시리즈가 전달하는 이런 디즈니식 인간 이해는 기독교적 관점으로만 아니라 인간 실존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과 반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도하게 실험적이고 임의적이며 무책임한 사고방식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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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시리즈에 담긴 신체 개조 및 정신 전송에 관한 디즈니의 메시지는 기독교적 관점으로만 아니라 인간 실존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과 반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도하게 실험적이고 임의적이며 무책임한 사고방식으로 판단된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