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가 인간의 사체를 비료화하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묘지 및 장례법으로 알려진 AB351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시체를 토양으로 전환하는 묘지 및 기타 유사한 시설에 대한 절차를 허가하고 규제하고 있다. 매장과 화장 외에 고인과 유족에게 친환경적인 장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법안을 제출한 벨 가든의 크리스티나 가르시아(Cristina Garcia)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자연유기물환원'(NOR)으로 알려진 이 접근 방식은 시신을 관과 유사한 용기에 넣은 다음 '영양소가 밀집된 토양'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환원실'에서 사람의 시신을 천연 재료 및 공기와 혼합하는 과정도 포함돼 있다. 이곳에서 시신은 30일 동안 토양 물질로 환원된다.
시신은 처리가 완료될 때까지 대형 탱크, 컨테이너 또는 이와 유사한 용기 내부에 짚, 나무 조각 또는 기타 천연 재료와 함께 보관된다.
가르시아 의원은에 "NOR 과정은 화학 물질을 땅에 침출시킬 수 있는 전통적인 매장법이나 화장법보다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했다.
AB351은 NOR 과정에서 파생된 내용물을 판매하거나 식용 식품을 재배하기 위한 토양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지 않는다. 또한 법안이 이러한 문제를 다룰 것인지 여부는 현재까지 불분명하다.
이 법안은 2027년 1월에 발효될 예정이며, 캘리포니아는 콜로라도, 오리건, 워싱턴, 버몬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이 과정을 합법화한 주가 됐다. 콜로라도주 법은 이 토양을 인간이 소비하는 식품을 재배하는 데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라시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안 통과를 축하하면 "이것은 '인간 퇴비화' 과정이며, 이를 통해 1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이 마침내 시행되면 인간 퇴비화 과정이 최근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가 직면한 극한의 날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5000~7000달러(약 697~976만 원)으로 알려졌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교회의(CCC)는 AB 351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미 다른 주에서도 카톨릭 지도자들이 유사한 법안을 반대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주교회의 캐슬린 도밍고(Kathleen Domingo) 사무총장은 CP에 성명을 내고 이 같은 과정이 신학적 고려를 넘어 윤리적인 문제도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도밍고 사무총장은 "대중들에 대한 권고 없이 시신을 공공장소에 뿌리면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골을 밟을 위험이 있으며, 같은 지역에 반복적으로 유골을 분산시키는 것은 대규모 묘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주교회의는 "퇴비화 매장은 인간을 일회용품으로 맏는다"며 "고인을 관에 매장하거나 화장한 유골을 모시는 것이야말로 고인의 존엄성에 대한 규범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 유해를 퇴비화하는 것은 비교적 새로운 추세인 반면, 2016년 연구에 의하면 화장에 대한 미국인의 선호도는 절반 이상(50.2%)으로 증가했다. 전국장례식장협회에 따르면, 2025년 화장률은 63.3%로 예상된다.
기독교인들이 죽은 자를 화장해야 하는지 매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 끝날에 있을 부활을 믿는 기독교적 개념 때문에 여전히 매장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앞서 복음주의 지도자이자 '디자이어링갓'(Desiring God) 설립자인 존 파이퍼(John Piper)는 화장이 때때로 용인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존 목사에게 물어보세요'에서 한 청취자는 "장기를 기증한 후 화장을 하는 것이 가능한 행위인지" 물었다.
이에 파이퍼 목사는 "우리가 믿음으로 행동한다면 기독교인들이 장기와 조직을 의료용으로 기증하는 일은 아름다운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다"며 "화장은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