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단체인 북한정보센터(NKDB) 인권침해지원센터(센터장 윤승현 변호사)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총 11명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피고발자 11명의 혐의로 각각 직권남용죄, 직무유기죄, 불법체포, 감금죄, 범인도피죄, 증거인멸죄 등을 고발장에 명시했다.
피고발인에는 정 전 실장과 함께 김유근 전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외 3명과 성명불상의 사건 실행자들이 포함돼 있다.
NKDB 인권침해지원센터 센터장 윤승현 변호사는 기자회견 전날 발표한 언론보도문에서 "탈북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단 5일 만에 이들의 의사에 반해 위법한 강제 송환을 결정한 송환결정자와 이런 강제 송환 결정을 집행하도록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자 등을 모두 인권침해 가해자로 특정해 관여 정도에 따라 각각 혐의를 적용해 고발한다"고 밝혔다.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2일 정부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탈북선원 2명을 같은 달 7일 북한에 강제로 돌려보낸 사건이다.
사건 당시 통일부는 분리심문에서 탈북선원 2명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얻었고, 이들이 작성한 귀순의향서도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북한에 송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사실 여부를 재판에서 확정짓지 않고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점은 국제인권법 등에 어긋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변호사는 "당시 문재인 정부는 귀순한 선원들이 북한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중죄를 지은 범인이라는 것을 주된 북송 이유로 밝혔는데, 이들도 대한민국 헌법에 따른 우리 국민"이라며 "우리 법의 실효적 지배에 들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이들을 북송한 것은 대한민국 사법권을 포기한 주권침해 및 인권침해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6명을 살해한 대형 사건을 단 5일만에 급하게 조사를 마무리했다는 것도 의심스러우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런 사유로 강제 북송한 선례가 없어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추측과 의혹이 나돌고 있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 당시 부산에서 열렸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고자 탈북선원 2명의 인권을 포기했다는 것이 유력한 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탈북선원 2명의 북송 결정 근거와 외압 여부 등은 최근 국정원의 고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가 수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