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 국민통일방송, 통일아카데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국내 12개 북한인권 시민단체는 지난 2일 공동 세미나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북한인권정책 부재를 비판하고, 윤석열 정부는 인권의 가치를 중심에 둔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

이번 공동행사의 발표자들은 발표문을 통해 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의 오점으로 공히 '대북전단 금지법 채택', '동해안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 '서해안 공무원 피살 사건'과 이에 대한 '책임 규명 추궁 부재',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을 꼽았다.

이들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북한과 평화와 교류협력을 문 정권의 '치적(legacy)'으로 남기기 위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한다"며 "또한 정권교체 시마다 180도로 달라지는 대북정책으로는 한반도 평화는 물론 남북관계의 신뢰조차 형성하지 못하므로, 신정부는 대북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책 기풍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가톨릭관동대 이원웅 교수는 발표문에서 "문재인 정권에서는 평가할 만한 실체적인 북한인권 정책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정책 프레임에서 북한인권 이슈는 평화 논의의 방해요소로 취급되어 평가절하되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교류 이벤트가 이뤄지며 인도적 문제를 협상하기 최상의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성사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신정부에 대한 북한인권 정책 제안' 문건을 발표하고,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인권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소장은 '남북 자유 왕래(거주)선언'을 제시하며, 생태통로 '에코 브릿지'를 원용하여 판문점 인근과 DMZ에 '휴먼 에코 브릿지'를 건설하여 남북한 주민의 이동통로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윤 소장은 "과거 동서독, 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선례를 찾아 볼 수 있으며, 한국정부가 먼저 제안할 시 북한이 즉각 수용하지 않더라도 대화의 자리에는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광백 통일미디어 & DailyNK 대표는 국내 시민단체의 어려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코로나19 및 북한 당국의 외부 차단 정책으로 인한 애로 사항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북중 국경의 봉쇄로 북한 내 지역 간 이동은 물론 대북 송금이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과 외부 단체와 소통과 연대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북한당국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으로 북한주민의 알권리와 정보유통의 자유를 위한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권은경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JTBC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10위 강대국이므로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가질 것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외교무대에서는 세계 10위 강대국의 책무를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만큼 인권 가치 중심의 외교정책으로 강대국 위상에 맞는 책무와 도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권 대표는 "환경문제를 무시하는 기업이 인정받지 못하듯 인권 가치를 무시하는 정치 외교 또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 동참하는 등 다자외교에서 원칙에 충실한 일관성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발표문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합동 '북한인권위원회' 설치를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또 "국회 여야당의 이사 추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오랫 동안 지연된 점"을 비판하며 "재단 설립 시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 공동행사는 12개 북한인권단체들과 국회인권포럼, 아시아인권의원연맹의 협력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