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과 대법원과 헌재 판례, 사회 인식 모두
혼인은 여전히 남녀 간 결합 근본 요소 삼아
동성 간-남녀 간 결합, 본질적으로 같지 않아
두 남성이 '사실혼 관계'임을 주장하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7일 소모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이 같은 취지에서 한 보험료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민법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 우리 사회 일반적 인식을 모두 모으더라도 혼인은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고 판단되고, 이를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보험료를 부과한 처분은 건보공단 재량에 달린 문제가 아닌 만큼 행정의 재량 준칙으로서 평등의 원칙과 무관하고, 동성 간 결합과 남녀 간 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는 점에서 이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나라가 동성 동반자 제도를 두는 등 세계적으로 혼인할 권리를 이성 간으로 제한하지 않고 개인의 자유로 인정하는 것이 추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혼인 제도란 사회 문화적 함의의 결정체인 만큼, 원칙적으로 입법의 문제"라며 "우리나라 안에서 구체적인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법령의 해석만으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으로까지 확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 씨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판결 내용이 입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식으로 들렸다"며 "판사가 성소수자 부부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들의 사례를 언급했는데, 한국 사회가 변화해야 하는 방향을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결에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지만 항소할 것이고 세상은 변할 것"이라며 "권리가 똑같이 주어지지 않아서, 어차피 항소해야 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 평등하게 살아갈 세상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소 씨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는 김용민 씨는 "비록 재판부가 입법부의 문제로 떠넘겼지만, 저희는 끊임없이 저희 관계를 인정받는 그 날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김 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린 소 씨는 2020년 2월부터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으나, 그 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단으로부터 보험료 부과 처분을 받았다.
이에 "실질적으로 혼인 관계임에도, 단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작년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