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을 기억하는 기독교인 모임'이 故 박 전 시장 1주기 추모기도회를 2차 가해 논란 속에 강행했다.
9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린 이날 기도회에는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 여사와 딸 다인 씨 등 유족들과 에큐메니칼 원로 인사들을 포함 30여 명이 참석했다. 같은 날 오전 조계사에서 열린 추모제에 다수의 지지자들과 많은 취재진들이 몰린 것에 비해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다.
기도회장 안팎에선 긴장감이 흘렀다. 입구에는 10여 명의 청년들이 항의성 침묵시위를 펼쳤다. 주최측은 기도회 공개 여부를 두고 취재진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청년들은 '2차 가해에 동참하는 에큐메니칼은 없다',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고발 1년,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추모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은폐하는 에큐메니칼 원로들을 규탄한다' 등의 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기독교대한감리회 청년회전국연합회(MYFK),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PROKY), 대한예수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PCKY), 기독교한국루터회 청년연합회 소속으로, 기도회 소식에 긴급히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도회는 대한기독교서회 명예사장 정지강 목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설교했다. 김근상 대한성공회 주교, 한국기독교장로회 전 총무 윤길수 목사 등 기독교계 인사와 염태영 수원시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도 정계 인사도 참석했다.
김영주 전 NCCK 총무 "박원순은 인간 구원 위해 걸어가"
▲전 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그간 박 전 시장을 생각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박원순이 갔던 길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 사랑의 길을 걸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
'내 영혼 바람되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영주 목사는 박 전 시장의 삶을 예수에 비유했다. 그는 "1년이 지난 뒤 그간 박 전 시장을 생각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박원순이 갔던 길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 사랑의 길을 걸어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죽을 것이라고 하고 수난을 예고했다. 천국은 어린아이들의 것이라고 했다. 어린아이의 상징은 그 당시 가장 힘 없고 초라한 사람들"이라며 "박원순은 이 사회의 불쌍하고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껴안고 이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보안법을 민주주의의 걸림돌로 비유하며, 박 시장을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선 민주 평화의 실천가로도 평했다. 그는 "독재 정권의 이데올로기로 전락되어 사람의 삶을 헤집고 무참히 짓밟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인간의 권리를 억압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철저히 파헤치는 책을 썼다"며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우리 인간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민주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고, 정의와 민주와 평화에 반하는 법인가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썼다. 그 저서로 세상 기득권으로부터 많은 비난과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추모기도회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
그러면서 "그가 어렵고 힘든 일을 감당할 때 우린 그의 따뜻한 친구가 되고 위로자 격려자가 되지 못해 그의 죽음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우리 모두의 실수"라고 했다.
이어 추모사를 전한 김근상 주교는 "그분이 만든 수많은 족적들은 많은 사람에게 웃음 주기 위한 것이었고, 그분이 가진 미소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가져다주는 힘이 있었다"며 "시장님이 한 일을 폄훼하고 저주하고 때론 독설하고 질 낮은 단어로 비웃는 것에 더 이상 마음 상하지 않으련다. 그냥 그들은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고 우리는 품위 있게 살자"고 했다.
염태영 시장은 "지난 1년간 우리는 가슴 저린 아픔과 고통 속에서 그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애도를 할 수도 없었던 환경에 속상했다"며 "서울 어디를 오더라도 그분의 체취를 느끼게 된다. 그가 없는 서울이 공허하다. 한 시대를 공유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박 시장님이 살아 있는 동안 고난의 길을 가신 것이 아니라 죽은 이후에 고난의 길을 가시는 것 같다. 조롱과 지탄을 받고 그럴 때마다 함께 울고 함께 곁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너무 송구스럽고 마음이 아프다.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평가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기도회 장소 입구에서는 10여 명의 청년들이 침묵시위를 펼쳤다. ⓒ송경호 기자 |
▲청년들이 침묵시위를 펼쳤다. ⓒ송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