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의 참석자 수를 제한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방대법원은 가톨릭 교구와 정통 유대교가 뉴욕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뉴욕주의 예배 제한은 많은 종교인이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수정헌법 제1조의 핵심을 위반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뉴욕주는 코로나19로 인한 예배 제재를 잠정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9명의 연방대법관이 5대 4로 의견이 갈렸는데, 진보 성향의 루스 긴즈버그 대법관이 타계한 후 그 빈자리를 채운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이번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방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대법관들은 공공 보건 전문의가 아니며, 이 영역의 특별한 전문가와 책임자들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팬데믹 중이라 해도, 헌법을 제쳐두거나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초 정통 유대교인들이 모여 있는 브루클린 일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쿠오모 주지사는 양성률이 높은 지역에 예배 참석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이에 항의하는 유대인들의 대규모 시위도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뉴욕주 행정명령은 특히 예배 장소에 가혹한 처우를 하기 때문에 제재가 중립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 제재는 이전에 법원에 제출된 그 어떤 코로나19 관련 제재보다 훨씬 제한적이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은 다른 지역에서 채택된 제재보다 훨씬 엄격하다. 또 해당 지역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요구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배를 재개한 이후 방역수칙을 잘 준수해 온 가톨릭 교구나 유대인 회당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쿠오모 주지사가 많은 사업장들에 영업 재개를 허용했다. 종교적인 장소를 다르게 대우하는 데 대한 유일한 설명은, 그곳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세속적인 장소에서 이뤄지는 일만큼 ‘필수적’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보인다”면서 “사실 주지사는 이에 대해 놀랄 만큼 솔직하다. 그의 판단에 있어서 세탁물과 술, 여행과 필요한 물품 등은 필수적인 반면, 전통적인 종교 생활은 그렇지 않다. 이는 수정헌법 제1조가 금지한 차별의 한 종류”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낸 3명의 대법관들과 같은 의견을 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원고가 있는 지역이 더 이상 적색이나 주황색 구역(현재 수용 인원 50% 규모로 예배당에 모일 수 있는 황색 구역으로 변경됨)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제재의 경감을 인정해 줄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에 반대하여 “자유로운 종교 생활은 가장 소중하고 경건한 헌법적 권리 중 하나”라며 “지금과 같이 치명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종교 기관을 차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관련 기사를 “행복한 추수감사절!”이라는 글과 함께 트위터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