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가 기독교에서 핵심이고 생명임을 잘 안다
비대면 예배나 다른 방식, 곤혹감 주는 것 이해
코로나 확진자 상당수 교회서 발생하는 게 현실
종교와 신앙의 자유, 간섭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
신앙 표현·예배 행위는 최대한 보호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감염병예방법 규제 제도화 인정을
정부와 교회 간 좀 더 긴밀한 협의, 일방통행 안돼
긴 세월을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한다
방역 모범 교회인증제 도입, 현실적으로 힘들어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8월 27일 오후 한국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김태영 목사가 건의한 정부와 교회 간 협의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답했으나, 방역 모범 교회에 대해서는 거리두기를 완화해 달라는 건의에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날 청와대 본관 1층 충무실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는 예정 시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오늘 간담회는 코로나 비상 상황임을 감안해, 오찬 대신 다과회 형식으로 진행됐다"며 "간담회 후 교회 지도자들에게는 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착용했던 넥타이와 똑같은 제품을 선물로 전달했다. 넥타이는 이번 간담회를 위해 사전에 특별히 제작됐다. 코로나로 인한 국가 위기를 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저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해 온 데는 각각 종교는 다르더라도 우리 국민의 간절한, 나라를 위한 기도의 힘이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독교는 대한민국 최대 종교다. 기도의 힘 속에 기독교인들의 기도가 가장 많이 들어있으리라 생각한다. 저 개인도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힘으로 여기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예배가 기독교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거의 핵심이고 생명 같은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 그래서 비대면 예배나 다른 방식이 교회와 교인에게 곤혹감을 주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러나 코로나 확진자의 상당수가 교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집단감염에 있어 교회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 자체, 신앙의 자유 자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 예수님에 대한 신앙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라며 "그러나 신앙을 표현하는 행위, 예배하는 행위는 최대한 국가가 보호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규제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상 제도화돼 있다. 그런 객관적 상황만큼은 교회 지도자분들께서 인정하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다만 일방통행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교회 간에 좀 더 긴밀한 협의가 있으면 좋겠다. (김태영 목사가 언급한) 그런 협의체를 만드는 것은 아주 좋은 방안"이라며 "기독교뿐 아니라 여러 종교들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꼭 좀 반영이 되도록 해 주시면 좋겠다. 잠시 며칠이 아니라 긴 세월을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그러지다가도 불쑥불쑥 집단감염이 생겨나는 일이 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예배 방법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대다수 교회는 방역에 열심히 협조하고 있으니 교회를 구분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소수 교회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모든 교회에 (비대면 예배를) 일률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니, 교회를 분별할 수 있도록 교회인증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 최고의 고비이다. 이 고비를 막지 못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가면, 아마도 교회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거의 멈추다시피 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번 멈추고 나면 다시 되돌리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선에서 확산을 멈추고 빠른 시일 안에 안정시켜, 우리 모두의 활동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최선이다. 정해진 기간까지 꼭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한민국에 교회 수가 6만여 개라고 한다. 교회마다 예배 방식이 다 다르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조치 내리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그 부분은 받아들여 달라"며 "다만 위기상황을 벗어나 안정화가 되면, 협의체에서 그런 의논들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비대면 예배 자체가 힘든 영세한 교회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 영상 제작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도 계속 협의해 나가면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짜뉴스'는 저희도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다.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며 "그러나 방역을 방해해 다수 국민께 피해를 입히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다. 일부 교회가 가짜뉴스의 진원이라는 말도 있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함께) 노력을 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제기한) 남북관계 부분은 그동안 기독교계가 큰 역할을 해 주셨다. 남북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주셨고,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길을 다시 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주고 계신다"며 "정부 간 역할이 활발하면 정부가 앞서가고 민간이 따라가면 되겠지만, 정부 간 협력이 막혀 있을 때는 민간이 앞서 나가면서 후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이뤄지는 남북 협력 노력에 대해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다.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도 교회에서 함께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에 7개월간 고통 받으면서 국민들 마음속에 불안함도 있고, 지치기도 하고, 무력감, 심지어 분노까지 있는 것 같다. 국민 마음을 따뜻이 보듬어 드리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오늘 말씀들 속에 나라와 국민에 대한 걱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말씀하신 부분에 일일이 답을 드리지 않아도,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