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의 이름 뒤에는 언제나 '설교'가 따라 붙는다. 한국교회 대표적 '복음 설교가'로 통하기 때문이다. 지구촌교회가 지금처럼 대형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도 이 목사의 설교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또 한때 故 옥한흠·하용조 목사, 홍정길 목사와 함께 소위 '복음주의 4인방'으로도 불렸던 그였다. 이젠 '원로'가 되었지만 여전히 국내외 교계에서 활발히 사역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의 입을 주목한다. 2019년의 끝에서 그와 마주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악을 선으로 바꾸는 2020년 되었으면
담임 교체 과정서 교인들 기도 많이 해
지구촌 공동체, 주님이 인도해주시길”
-곧 2020년이 됩니다. 새해를 맞을 성도에게 덕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기독교인들이 해(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개념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신앙적 의미를 발견해 보면 좋겠습니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입니다. '쥐'의 해죠. 쥐가 인간에게 그리 좋은 동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를 바꾼 것이 월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였습니다. 쥐가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바뀌었어요. 이처럼 우리 주변에 여러 악한 것들이 있지만, 이 악을 선으로 바꾸어 내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 지구촌교회에 최성은 목사가 제3대 담임으로 부임했습니다. 지구촌교회 교인들과 새 담임목사에게도 하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전임 진재혁 목사님께서 갑자기 아프리카로 떠나시는 바람에 저와 교인들이 당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교인들이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참 좋은 목사님을 새로 맞았습니다. 그후 약 넉달 동안 교회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부흥의 영성을 느낍니다. 교인들이 그런 흥분과 감사로 2020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성은 목사님께서 겸허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며 받은 은사대로 편안하게 목회하신다면 놀라운 새해가 될 것입니다."
-목사님께도 올해가 특별했을 것 같습니다.
"한 사람(진재혁 목사)을 보내고 또 한 사람(최성은 목사)을 맞는 과정에서 '내가 참 믿음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염려도 걱정도 했는데, 하나님께서 제게 히브리서 11장 6절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염려하지 말고 나를 신뢰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렇게 지구촌 공동체를 하나님께 맡기며 주님이 인도해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지난 8월 11일 광복절 기념주일 설교에서 "반성이라는 그 단어 아래 원한을 정당화 하고 평화의 깃발 아래서 새로운 미움을 재생산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반일이 아닌 '극일'을 강조하셨습니다. 당시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이 같은 설교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꼭 일본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반대만 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정치·외교에서 일시적으로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 정세에서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계속 반일로 가선 안 됩니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와도 가깝게 지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일본과 화해해야 합니다."
“이념엔 한계 있어… 그리스도만이 영원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교인들 염려는 당연
그러나 특정 당과 일치하는 건 조심해야”
-최근 우리 사회에서 좌우 이념 대립이 심합니다.
"지금 극단으로 찢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념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시대마다 그 때를 반영하는 이념이 출현할 수는 있지만, 언제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독교인들이 좌든 우든, 어느 한 이념에 붙잡혀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될 것입니다. 오직 영원한 그리스도 안에서만 진정한 의미의 화해와 미래로 가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는 좌우의 이념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어요. 그런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시며 자유를 선물로 주신 까닭입니다. 그 자유의지로 하나님을 섬기며 복음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로마서 14장에서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의와 평강과 희락입니다. 지금의 말로 하면 정의와 평화, 그리고 복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야 말로 기독교인들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자유'를 말씀하셨는데, 과연 정부와 여당이 우리나라의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염려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혹시 자유라는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기고, 이들을 반대하는 기독교인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인들이 그 반대 편에 있는 자유한국당의 당원이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부족한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유와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그런 면에서 기독교인들이 자유한국당에 힘을 실어줄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의, 평화, 복지와 같은 가치들에는 관심이 적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이름으로 어느 한 당과 일치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교회는 더 높은 곳에서 전체를 아우르고 이 땅에 이뤄질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교회가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화해자와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탈북자, 어떤 배경이든 우선 보호하는 게 자유국가 책임
北 기독교인 한 명이라도 덜 박해받게 하는 게 우리 의무”
-얼마 전 정부가 북한 선원 두명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 북한 선원들이 자유를 찾아 이 땅에 왔다면, 어떤 이유와 배경을 가졌든 그들을 우선 보호하는 것이 자유국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에도 도피성이 있었습니다. 죄를 범했다 할지라도 그 성으로 도피한 사람은 하나님께서 보호해 주셨던 겁니다. 이런 성경적 가치로 보았을 때, 북한 선원들을 다시 죽음의 사지로 내몰아 그들이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북한의 수용소에 갇힌 많은 믿음의 형제들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북한의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여론화 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북한 정권은 그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가 여러 인권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지지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단 한 명이라도 덜 박해받도록 돕는 것이 이 시대 모든 기독교인들의 의무일 것입니다."
“서로 연합해 복음주의 르네상스 일으키길”
-끝으로 한국교회 후배 목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50~60대 목사님들 중에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하나 되지 못하고 저마다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부디 새해에는 함께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돌아가신 옥한흠·하용조 목사님, 그리고 저와 홍정길 목사님이 서로 친하게 된 것도 서로 자주 만났기 때문입니다. 옥 목사님께서 그 다리가 되어 주셨죠. 그러면서 많은 사역들을 함께 했습니다. 아무리 교회가 커도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혼자 해서도 안 되는 사역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후배 목사님들이 자주 만나 같이 기도하면서 함께 한국교회를 섬기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복음주의의 르네상스가 다시 한 번 일어났으면 합니다."
이동원 목사는
William Tyndale College(성서신학사)와 Southeastern Baptist Seminary(M.Div.)를 졸업하고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선교신학 박사학위(D. Miss.)를, Liberty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명예신학 박사학위(D.D)를 각각 취득했다. 이후 1993년 지금의 지구촌교회를 개척했다. KOSTA 국제 이사장과 OM 한국훈련원 원장 및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한국밀알선교단 이사장, 지구촌 목회리더십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