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7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바로 미국의 유명 여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조디 포스터가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 한 것이다.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배우와 영화감독으로 승승장구하며 제61회, 6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무려 두 번이나 수상했으며 아들을 두 명이나 키우던 그녀가 레즈비언 커밍아웃을 하고 얼마 후 동성 연인이자 사진작가인 알렉산드라 에디슨과 결혼을 하게 된다.
이처럼 영향력이 큰 유명인의 커밍아웃과 이에 대한 기사들은 많은 사람들의 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성애가 아름답고 당당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포장되어 그 일부분만이 미디어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특히 성 정체성이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인권과 자기결정권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일부 연예인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며 각종 미디어에 노출됨으로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모습이 전달되어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특히 여성 동성애의 경우 남성 동성애에 비해 진행된 연구와 발표된 논문의 수가 적고, AIDS와의 연관성이 낮아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레즈비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건강 정보 몇 가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은 성적 정체성(sexual identity),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그리고 성적 이끌림(sexual attraction) 3가지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 성적 정체성은 개인이 본인 자신에 대해 판단하는 것으로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으로 정할 수 있다.
레즈비언(lesbian)은 여성과 주된 성적 그리고 정서적 관계를 맺는 여성을 말한다. 하지만 어떠한 사람이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꼭 여성에게만 성적 이끌림을 느끼는 것은 아니며 여성과만 성관계를 갖거나 과거에도 그러했을 것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 최근 미국 통계에 따르면 레즈비언은 여성 인구의 약 1~4%를 차지한다고 보고하였다.
여러 연구 보고들에 따르면 레즈비언 그룹은 이성애자 여성 그룹에 비해 비만, 흡연, 음주, 섭식장애의 비율이 높고 임신과 출산이 적고 경구피임약의 사용도 상대적으로 적은 특성을 가진다. 이런 요인들로 인하여 레즈비언 그룹에서 2형 당뇨와 유방암이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들은 진료실에서 겪게 될 차별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의료진을 찾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 이러한 질병을 초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칠 확률이 더 높다. 또한 그들은 인터넷 등에서 얻은 잘못된 건강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진에게 본인이 레즈비언임을 밝히는 경우는 서구에 비해 훨씬 더 적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또한 여러 연구들에서 상당수의 레즈비언은 일생 동안 한 명 이상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2018년 미국의 전국 규모 연구에 따르면 17%의 레즈비언이 최근 1년 동안 남성 파트너가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그런데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레즈비언들은 콘돔 등의 피임법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고 동성애자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확률도 상대적으로 더 많아 AIDS나 B형, C형 간염에 대한 노출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레즈비언도 헤르페스나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흔하게 감염될 수 있어 자궁경부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자궁경부암 백신도 이성애자 여성과 같은 기준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레즈비언은 자녀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은 입양을 하거나 남성과의 관계에서 얻은 아이를 키우기도 하고 정자를 공여받아 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의 과정을 거쳐 자녀를 출산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레즈비언에 대한 연구와 문헌들을 고찰해 볼 때, 레즈비언 그룹은 건강관리에 취약하게 되는 몇 가지 조건들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건강의 위험성을 지니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레즈비언 본인들도 기본 건강검진 및 높은 빈도 질환에 대한 예방 및 검사에 힘써야겠고 레즈비언 진료에 대한 의료진의 세심한 대처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의료진은 환자가 레즈비언임을 밝혔을 때, 그들에게 해당하는 맞춤 건강 정보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또한 그들이 나중에 진료실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들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송흥섭(산부인과 전문의, 한국성과학연구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