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섬김의 영성을 염원하며'라는 주제로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복협 명예회장)와 임명희 목사(광야교회) 간의 대담이 21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개최됐다.
김명혁 목사는 매달 교계 지도자들과 신학자 등을 초청해 다양한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임석순 목사와 '회개와 참회의 영성'에 대해 토론한 바 있다.
오늘날 한국과 세계에 필요한 것은
심오한 설교·신학, 놀라운 이적보다
순수한 '사랑과 섬김'의 삶 아닐까
먼저 김명혁 목사는 "지난달 회개와 참회의 영성과 함께, 사랑과 섬김의 영성보다 귀중하고 아름답고 보배로운 영성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신 성부 하나님의 '사랑'을 따라 세상에 오셔서,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살다 죽으신 성자 예수님이야말로 '사랑과 섬김의 영성'을 최고로, 아니 절대적인 최고로 지니신 분"이라고 밝혔다.
'사랑과 섬김의 영성'을 대표하는 신앙의 선배로 그는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를 꼽으면서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님은 성 프란치스코를 바라보면서, 모두를 사랑하고 섬기는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사셨다"며 "손양원 목사님의 '사랑과 섬김'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섬김으로, 나환자에 대한 사랑과 섬김으로, 그리고 아들을 죽인 원수에 대한 사랑과 섬김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김명혁 목사는 "손양원 목사님의 사랑의 극치는 1948년 여순 반란 사건 때 나타났다. 사랑하던 믿음의 두 아들 동인·동신 군이 공산 폭도들에게 붙잡혀 순천경찰서 뒷마당에서 총살을 당했다. 예수를 부인하라고 했지만, 오히려 예수를 증거하다가 총살당해 순교했다"며 "두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에 손 목사님 내외는 엄청난 충격에 쌓여 비통해 했다. 그러나 두 아들을 죽인 안재선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목사님은 밤을 새워 통곡하며 기도했다"고 전했다.
손양원 목사는 기도하고 교회를 나오면서 "저 영혼이 불쌍해서 어쩌나. 내 아들들은 죽어서 천국에 갔지만, 안재선은 죽으면 지옥 갈텐데, 저 영혼이 불쌍해서 어쩌나", "그를 살려야 한다. 그를 용서해야 한다. 그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안재선이 총살을 당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사면해줄 것을 간청하면서, 그를 양자로 삼아 교육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김 목사는 "목사님은 안 가겠다고 반항하며 대드는 딸 동희 양을 설득해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했다. 결국 딸은 자기 의지에 반해 아버지의 하나님 절대 신앙에 굴복하고 말았다"며 "딸은 아버지의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했고, 처형 10여분 전에 원수를 살려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손양원 목사님뿐 아니라 성 프란치스코를 존경해 평생 온갖 종류의 자선 사역에 전념하신 한경직 목사님, '작은 예수'로 불리던 장기려 박사님, 한국교회 선배님들인 길선주·이기풍·최봉석·이성봉 목사님 모두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불우하고 불쌍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과 섬김의 손길을 폈다"며 "사랑과 섬김의 삶보다 더 귀중하고 아름답고 축복된 삶은 세상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한국교회 안에는 신앙의 선배님들이 지녔던 순수한 '믿음과 소망', '사랑과 섬김'보다는 지나친 의인 의식을 가지고 소위 진리의 깃발을 휘두르며 모두를 비판하고 정죄하는 증오와 분노와 분쟁의 모습이 팽배하다"며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 모두에게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과 은혜를 베푸셔서, 모두 부족하고 또 부족하지만 순수한 믿음과 소망, 사랑과 섬김의 부스러기를 몸에 지니고 모두를 끌어안고 울면서 사랑으로 녹일 수 있는 '사랑과 섬김'의 도구와 제물들로 만들어 주시기를 바라고 소원한다"고 했다.
또 "저는 이기적이고 정욕적이고 비판적이고 배타적이고 위선적이고 독선적이고 게으르고 나태한 부족하고 또 부족한 죄인이지만, '사랑과 섬김'의 부스러기 되기를 간절히 소원하면서 아프리카로, 방글라데시로, 아프가니스탄으로, 파키스탄으로, 중국 연변 지역으로, 때로는 북한으로 다니면서 불쌍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섬김'의 손길을 펴려고 애쓰곤 했다"고 전했다.
김명혁 목사는 "오늘의 한국과 세계에 필요한 것은 유창한 설교, 심오한 신학 강의, 놀라운 이적보다는 순수한 '사랑과 섬김'의 삶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라며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한다. '설교는 은이고 신학은 동이고 이적은 철이고 사랑은 금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힘 다해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있다
사람들이 의외로 복음 받아들이고,
교회에 나오겠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어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광야!'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임명희 목사는 "영등포 뒷동네 음지에서 사역하고 있다. 자유당 시절부터 형성된 윤락가로, 윤락과 각종 폭력, 상해, 살인 등이 발생되는 우범지대"라며 "전과자들이 많아 '별들의 고향', 중독자들이 많아 '절망촌'이라고도 한다. 뱀과 독사와 전갈이 우글거리는 광야와 같다"고 소개했다.
임 목사는 "처음 사역했던 때 만난 분은 '1년 버티면 기적', '한 사람만 변화시켜도 기적'이라고 했던 곳에서 32년 넘게 사역하고 있다"며 "감사한 것은 우리의 사역을 통해 노숙인, 전과자, 중독자, 쪽방민, 윤락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천국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세 끼의 떡을 나누고, 돈 없이 홈리스 센터가 세워졌고, 술집과 윤락녀들이 많이 없어졌으며, 합동 결혼식이 행해졌고, 명절 때마다 부흥회가 열린다"며 "11월에는 잠바를 나눠주는 광야인의 날 행사가, 12월 말에는 매일 밤 성탄절 전도행전이 선물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광야"라고 밝혔다.
임명희 목사는 "저희는 이 지역에서 나눔과 공동체 삶과 예배와 돌봄과 전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전도를 많이 하고 있다"며 "매일 오전 11시 예배드리고, 화요일 자정 역 대합실에서 자는 노숙인들에게 전도 집회를 열고, 금요일 저녁 8시부터는 역 광장에서 일반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화·목·토요일 오후에는 쪽방촌 다리 밑 중독자들과 쪽방민들을 대상으로 전도집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힘을 다해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복음을 잘 받아들이고, 교회에 나오겠다고 응답한다는 것"이라며 "전도하러 오는 성도들도 새 힘을 얻고 아주 기뻐한다. 예배에 참여한 중독자들, 노숙인들, 쪽방민들이 회개하며 천국 갈 준비를 하다 떠나고 있다. 온 동네에 찬송과 기도가 울려 퍼지면, 거리에서나 방에서 함께하며 복음을 받아들인다"고 보고했다.
그는 "사역 중 어려운 것은 중독자들이 변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코올, 경마, 방탕, 음란, 게임 등 각종 중독에 빠진 자들이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며 "중독은 사람들을 지배하는 힘이다. 중독을 죄로 본다면, 복음만이 중독을 해결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계속 말씀과 기도로 예배드린다"고 했다.
임명희 목사는 "그래도 중독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복음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중독에 잡혀 포로된 사람들에게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임을 알았다"며 "그럼에도 계속 중독의 세력을 끊어내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중독은 이 시대의 교회들이 안고 씨름해야 할 문제"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에스겔의 환상을 보며 사역하고 있다.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말씀과 성령의 능력으로 살아나는 환상을 보며 사역하고 있다"며 "마른 뼈처럼 길에 주저앉은 노숙인들, 죄에 빠진 전과자들, 중독의 수렁에 갇힌 중독자들이 살아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 길을 가고 있다. 주님 말씀을 믿고 행하면 죽은 자들이 살아나고, 불경기의 광야라도 주님의 공급을 늘 체험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