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크리스천의 대 사회적 신뢰 회복이 필요한 때입니다. 복음은 세상으로부터의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아닌, 세상의 정화를 이끌어 낼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본지는 오늘도 세상 가운데 복음의 빛을 발하는 차세대 크리스천 리더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편집자 주-
데이빗 리 변호사(35)는 한국에서 태어나 2살이 되던 1984년,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다. LA 한인타운에 교회를 개척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LA를 떠나지 않았다. 팰리세이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UCLA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트리니티 로스쿨을 마치고 2017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코렛스키 만치니 펠드맨 앤 모로(KOLETSKY, MANCINI, FELDMAN & MORROW www.kmfm.com) 로펌에서 누나인 최미수 변호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를 소개한 웹사이트에는 자신을 믿음의 사람으로 당당히 드러내며 성경적 원칙을 가지고 정의와 사랑, 자비와 겸손을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올곧은 믿음 때문에 피해를 받는 일이 없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나의 믿음과 신앙을 밝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를 당한다 해도 숨길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변호사 이전에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다.
데이빗 리 변호사는 비지니스, 상법, 고용법, 자동차 사고, 개인 상해, 레몬법 등 다양한 케이스를 다룬다. 대개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례를 변호하고 돕는 일을 맡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큐티(QT)를 하며 말씀으로 하루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길 기도한다. 세상의 부와 안락함이 아닌, 어려운 이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선택한 변호사로서의 초심을 붙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매일의 순간순간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이 되면 좋겠어요. 어떤 일을 하든지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면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삶을 통해서 제 이름이 드러나지 않고 예수님의 이름이 전해진다면 가장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회자의 자녀로 성장한 데이빗 리 변호사의 신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아버지 이모세 목사(월드타운교회)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열리던 청소년 시절, 그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어리석어 보였다. 교회는 대부분 집이 없거나 가난한 사람들, 마약과 도박으로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로 북적이었다. 굶주리고 갈 곳 없는 이들을 먹이고 재우며, 그들과 함께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세 번의 예배를 드리는 아버지를 이해하는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긍휼 사역에 매진하다 보니 교회 재정은 늘 부족했어요. 다른 교회가 예배당을 세우고 교회 부지를 확장할 때, 아버지는 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교회 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잖아요. 어린 시절에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크리스천으로서의 자세를 삶으로 보여주신 아버지께 정말 감사드리고 있지요."
신앙이 철이 들면서 경험한 한 가지 사건은 혈연적인 가족을 넘어, 하나님 안에서 모두가 한 형제임을 깨닫게 했다.
"중학교 시절, 한 번은 아버지가 학교를 마친 저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차에 타보니 햄버거가 하나 있었습니다. 한창 먹을 나이고 학교를 마쳤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겠습니까? 그때 차에는 교회에서 돌봐주던 아저씨가 한 분 타고 있었는데요. 당연히 아들인 제게 햄버거를 주실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잠깐의 주저함도 없이 햄버거를 아저씨에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너는 세상의 아버지도 있고, 하늘나라 아버지도 있지만, 그분은 지금 아무도 없다. 그러니 그분에게 주는 것이 먼저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말씀에 순종하시고 아들보다 이웃들을 먼저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흔들림 없는 신앙은 제게 큰 깨달음과 삶의 방향을 잡아주었습니다."
또한 그는 교회에서 노숙자, 마약중독자, 거리의 부랑자로 교회를 찾았던 이들이 하나님을 만나 인생이 변화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됐다. 많은 이들은 직업을 얻고 교회 전도사로 일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자세도 함께 변화됐다. 변화의 가능성 없이 이들에게 쏟아붓기만 하는 듯 보였던 크리스천의 삶에서 세상에서는 찾을 수 없던 참된 가치를 발견했다.
"삶에 지친 이들을 먹이고 재우면서 변화로 인도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이것이 진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은 비난받기 이전에 격려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어려움으로 인해 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변호사로 일하며 힘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데이빗 리 변호사에게도 신앙의 위기는 있었다. 아버지의 개척교회를 다니다 보니 신앙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적었기에 세상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다. 삶의 가치관이 확립될 무렵에는 세속적인 가치관이 손을 내밀었다.
데이빗 리 변호사는 세상의 가치관과 친구들로부터 무조건 도망치지 않았다. 진리가 무엇인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고자 UCLA 철학과에 입학했다. 하나님이 없다고 주장하는 철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오히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친구들과 어울렸지만 그들과 같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삶의 바른 길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게 됐다.
방황하던 청년은 세상이 결국은 허무임을 발견했다. 세상의 초라함 속에서 하나님만이 자신의 깊은 갈증을 해갈해 주실 수 있음을 깨달았다.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 참된 크리스천의 삶을 살기로 결단했다.
"저에게 찾아온 위기의 순간은 오히려 세상을 이해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특별히 목회자 자녀, 선교사 자녀들을 유혹하고 무너뜨리려는 보이지 않는 악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신앙의 자녀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데이빗 리 변호사가 변호사로서 구체적인 비전을 발견한 것은 트리니티 로스쿨에 입학하면서부터다. 트리니티 인터내셔널 유니버시티 산하에 있는 트리니티 로스쿨에서 법을 공부하면서 크리스천의 정체성과 미국을 이끌어가는 크리스천 법조계 인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신앙적인 모습을 모델로 삼으며 먼저는 크리스천이고 두 번째가 변호사라는 정체성도 확립할 수 있었다.
"로스쿨 교수님들은 미국의 법이 하나님의 말씀과 부딪힐 때, 사람의 법을 좇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우리가 미국의 법을 반대할 때가 올 수 있는데, 그때 목숨을 걸고 하나님의 법을 지켜야 한다고 하셨지요."
매일의 순간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자 한다는 데이빗 리 변호사는 크리스천 법률가들의 모임인 크리스천 리걸 소사이어티(Christian Legal Society) 멤버로 활동하며 미국의 세속화에 저항하고 성경적 사회 구현을 위해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