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백악관에서 16번가를 따라 북쪽으로 1마일 위에는 고대의 건축양식을 띤 웅장한 석조건물이 있다. 이집트의 스핑크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섞어만든 듯한 이 건물은 프리메이슨(Free Mason) 건물이다.
프리메이슨은 미국사회에서 그 정체를 두고 많은 의혹을 받아오고 있는 단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사실상 세계를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이고 그들의 목표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력한 회원들을 통해 세계 단일 정부를 만들어 '신세계 질서(new world order)'를 세우는 것이라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형제사랑, 포용, 자선, 진실을 추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친목(fraternity) 단체라고 자신들을 밝히고 있다. 이 단체의 공식 이름은 프리메이슨리(Freemasonry)로 '자유 석공 모임'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프리메이슨은 엄밀히 말해 단체명이 아니라 회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지 워싱턴, 프랭클린 루즈벨트, 해리 트루만, 조지 H.W. 부시 등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 유력 인사들이 이 단체의 회원이었고 현재 미국에 2백만명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메이슨 회원은 1도부터 33도까지 각도(degree)로 분류하는데 1도(도제, Entered Apprentice), 2도(장인, Fellow Craft), 3도(숙련된 석공, Master Mason)까지는 견습생이며, 4도부터 비밀 마스터 메이슨(Secret Master Mason)이 되어 정식회원이 된다. 33도는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라고 부르며 최고 의장으로 대표 역할을 하게 된다.
프리메이슨들은 각 지역에서 로지(Lodge)로 모이는데 로지는 단체의 기초 단위이며 동시에 모이는 건물을 지칭한다. 미국 도시들에서 자주 보는 메이스닉 로지(Masonic Lodge)가 대표적이다.
워싱턴 DC 16번가에 있는 프리메이슨 건물은 프리메이슨의 한 분파인 스코티쉬 라이트(Scottish Rite)의 남부 35개주를 관할하는 33도 최고회의 본부 건물이다.
(프리메이슨 본부의 내부 모습. ©케이아메리칸포스트 제공)
평소에는 닫혀있는 이 건물이 지난 29일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오픈해 그 내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대회의장이다(아래 사진). 안내원에 따르면 대회의장은 일년에 한번 남부 35개주 대표들이 모여 32도 회원을 33도로 임명하는 등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사용된다고 한다.
눈에 띄는 것은 회의장 가운데 있는 제단 같은 것으로 그 위에는 5권의 책이 있었다. 기독교 경전(성경), 이슬람 경전(코란), 힌두교 경전(바가바드 기타), 유대교 경전(펜타튜크), 불교경전.
왜 5권의 경전을 이곳에 두냐고 안내원에게 물었다. 그는 각 주의 프리메이슨 대표들이 모이면 이 경전들이 놓여있는 제단 주변에 빙둘러서서 영적인 힘을 얻는다며 그렇다고 이들이 이 경전들을 읽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들은 모든 종교를 포용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기독교 경전(성경), 이슬람 경전(코란), 힌두교 경전(바가바드 기타), 유대교 경전(펜타튜크), 불교경전 등이 가운데 놓인 모습. ©케이아메리칸포스트 제공)
프리메이슨 소개책자에 따르면 프리메이슨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21세 이상의 남자이어야 하고 특히, 최고의 존재(Supreme Being), 즉 신을 믿어야 한다. 그 신은 하나이지만 하나님, 알라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고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신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기독교인들이 프리메이슨 회원이 되려면 오직 예수를 믿음으로만 아니라 다른 종교로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종교다원주의'를 인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