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종교인 과세 대책 특별회의'가 지난 9월 29일 쉐라톤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각 교단의 총회장, 총무(사무총장) 등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모임 참석자들은 대부분 정부 정책에 대해 성토하고 우려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 지난 2015년 9월 11일 정부발의로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회부하였고, 국회에서는 같은 해, 12월 2일 이 법을 통과시키기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 해 2월, 정부에서는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런데 작년 10월부터 소위 '탄핵정국' 이후 관련 매뉴얼 등이 준비될 수 없었고, 이는 올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7-8월 사이 정부 측 인사들이 종교단체를 방문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교계에서는 8월에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정부 측과 한국교회 TF팀이 처음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 9일 정부는 돌연 주요 종교기관들을 향해 '세부과세 기준 자료(안)'을 발송했다. 특별회의에서는 "그 내용에 따르면, 이는 종교인 과세가 아니라, '종교 과세' 성격을 띠고 있다"며 "교계는 이에 경악했다"고 밝혔다.
과세 기준안에 따르면, 성직자 생활비 외에도 34가지에 대해 과세하게 된다는 것. 항목을 보면 생활비와 사례비, 상여금을 비롯해 격려금, 공과금, 사택공과금, 휴가비, 특별격려금, 이사비, 건강관리비, 의료비, 목회활동비, 선교비, 전도심방비, 사역지원금, 수련회지원비, 접대비, 도서비, 연구비, 수양비, 판공비, 기밀비, 축/조의금, 교육비, 차량유지비, 국민연금보험료, 출산관련비용, 건강보험료, 통신비, 사택지원금, 집회출장비, 여비/교통비, 식사비 등을 모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초 종교인의 생활비 과세로 계획했던 것과 달리 종교단체(교회)에 대한 전반적 과세까지 이뤄질 것으로 우려된다. 공문에 의하면, 기독교에 대해서는 이렇게 수십 가지를 포함하고 있으나, 타종교에 대해서는 2-3가지만 지정하고 있는 등 심각한 편향성까지 보이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 매우 날선 의견들이 나왔다. 한 교단 총회장은 "정부 마음대로 정한 것을 교회가 따를지 말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총회장은 "이는 교회를 탄압하려는 것인가? 그렇다면 선지자의 역할을 감당하자"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이날 모임에서는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 다음 4가지를 결의했다. 첫째, 현 정부의 세부 과세기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둘째, 2년 유예를 하자. 셋째, 교계의 하나 된 성명서를 발표하자. 넷째, 교계 TF팀에게 실무 사항을 위임하는 것에 동의하자.
다른 참석자는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종교인 과세'문제는 그 동안 기독교계가 우려하던 대로 목회자 개인에 대한 과세를 넘어, 교회에 대한 세무사찰과 교회 전체에 대한 과세 수준으로 번지고 말았다.
한 참석자는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정부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목회자 개인의 과세 문제를 빌미로, 한국교회 전체를 어렵게 할 수 있는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에서 내놓는 시행령과 세부기준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문제점은 즉각 시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같은 기준으로 가면, 세금 문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졸지에 '과세범'으로 몰리기 십상이고, 이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선교의 길이 막히고 교회는 교회대로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22일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22명은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과세와 납세가 제대로 준비가 되고, 제반 문제가 없으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 2년 유예'안을 공동 입법 발의한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도 '전국 종교단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과세대상·징수방법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체 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과세(당초) 계획이 특정 종단·종파만 납세 대상으로 삼고 있어, 종교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