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들이 '성평등'을 공약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것이 혹시 동성애 내지 트랜스젠더 등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누가, 어떤 공약했나?=가장 적극적인 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공개한 '10대 공약' 중 여성 분야에서 "성평등 국가 책무 확립을 위한 국가대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명목적인 여성가족부를 국민 모두의 성평등한 삶을 보장하는 '성평등인권부'로 개편하고 △헌법 제11조 개정을 통해 국가의 실질적 평등 조직 의무를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아동·청소년 인권 강화를 위한 '성평등 인권 통합교육'을 정규교육 과정에 포함시킬 것임을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로 성평등 정책 추진 동력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이미 "성소수자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성평등한 관점에서의 헌법 개정"과 "여성가족부의 성평등부 전환"을 약속했다.
반면 주요 후보들 중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이 '10대 공약'에서 별도로 '성평등'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왜 우려하나?=흔히 영어 'gender equality'로 번역하는 '성평등'은 남성과 여성, 즉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하자는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기에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대전시는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등의 문구가 삽입된 '성평등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조례 명칭도 '성평등'에서 '양성평등'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여성가족부가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조항은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며 관련 조항의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자 성소수자 인권 단체 등은 즉각 규탄 성명을 내고 "여성가족부가 대전광역시에 성평등 조례를 개정하라고 요구한 것은 성차별적 행위"라며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성차별을 외면하고, 성평등 정책 대상에서 성소수자를 명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은 여성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법과 조례의 정신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열린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 저지를 위한 연석회의'에서도 동성애 반대운동가들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헌법 제36조 1항의 '양성평등' 삭제 후 '(성)평등' 삽입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일부 기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공약한 '성평등'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왜 '양성'(兩性)이 아닌가?=일단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여성 공약을 담당했던 이성은 여성학 박사는 '성평등'이 의미하는 것에 성소수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고, 헌법 제11조를 개정하겠다고 한 것도 양성평등에 대한 내용을 보다 더 구체화하겠다는 것이지 성소수자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문재인 후보도 성평등 공약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성평등'이 '양성평등'에 비해 보다 더 포괄적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향후 이 같은 공약을 내건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경우, 자칫 상황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게 일각의 우려다.
최근 열렸던 '19대 대통령 선거 기독교 공공정책 발표회'에서도 한 참석자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영어의 'gender'는 주로 '사회학적 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물학적 성'을 뜻하는 'sex'와 구별된다"며 "따라서 'gender equality'로 번역하는 '성평등'은 얼마든지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등을 포함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 김영길 목사도 "'성평등'이라고 하면 대게 성별 때문에 차별하지 말자는, 매우 단순한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젠더(gender)라는 용어는 페미니즘과 관계된 것으로, 그 기본 사상은 인간의 성(性)이 선천적이지 않고 교육과 환경 등에 따른 후천적이라는 것이다. 동성애 등도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며 "이는 결국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사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요 대선 후보들이 '성평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다분히 여성들의 표를 의식한 행위일 것"이라며 "그러나 그와 같은 언어적 혼란이 초래하는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에 대선 후보들이 이와 관련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