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됨이 있는 곳에 화해와 치유가 있다.”
4.29 LA 폭동 25주기를 맞이해 지난 4일 종교계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조찬기도회를 했다. LA 한인타운 윌셔 길에 있는 유대인 회당에서 오전 7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진행된 기도회에는 100명에 가까운 종교인들이 참석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KCCD(한인기독교커뮤니티개발협회)의 임혜빈 대표가 인사말을 전했고 이사장 박종대 목사가 개회기도를 했다. 이어 윌셔회당의 랍비 보우 샤피로가 인사했다. 그는 “우리는 25년간 긴 여정을 왔다. 그러나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며 LA의 인종 화해에 대한 종교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행사에는 에릭 가세티 LA 시장을 대신해 대니얼 탐 연락관도 참석해 짧게 인사했다.
이어 아주사퍼시픽신학교의 마이클 마타 디렉터의 사회로 대담이 진행됐다. 전 상원의회 채플린인 크리스 할버슨 목사, LA의 대표적 흑인 대형교회인 크라이스트 아우어 리디머 교회의 마크 휫락 목사, 전국 히스패닉 크리스천 리더십 컨퍼런스의 제시 미란다 박사, 베벌리힐스 회당의 명예랍비 로라 겔러, 박종대 목사가 4.29 당시를 회고하며 대담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박종대 목사는 당시 목회하던 교회의 성도가 운영하던 가게를 대신 지키다가 폭도들과 맞닥뜨렸던 상황을 회고하면서 “너무나 두려웠다. 그러나 폭도가 나쁜 것이 아니고 그런 상황에 처하게 한 이 사회구조가 악했던 것”이라며 변화의 노력을 요청했다.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대표한 제시 미란다 박사는 “한인은 총으로 자기 상점을 지키고, 히스패닉은 한인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고, 흑인은 그것을 지켜보는 사진을 봤다”면서 “사실 우리 모두가 이 일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한인 2세들의 교회인 영락 셀러브레이션 교회의 마이클 리 목사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Blessed to be a Blessing(복이 되기 위해 복 받다)”이란 제목의 메시지에서 “아브라함은 이 땅의 모든 족속에게 복을 나누어 주기 위해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역시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았다. 우리는 이 복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정의를 이루기 위해,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와 치유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우리의 도시, 주, 국가, 온 지구에 어떤 복이 될까”라며 기대를 내비췄다.
이 행사에는 한아름합창단도 참석해 아리랑과 부채춤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KCCD는 오는 4월 29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동양선교교회에서 4.29 폭동 25주년을 기념하고 인종간 화해를 요청하는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 행사 역시 다민족, 다종교인들이 참석한다. 임혜빈 대표는 “한인 커뮤니티는 1992년 폭동 이후 LA 사회의 일원으로 더욱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더 많은 일을 해 나아가야 한다. 이번 기념행사는 LA 시 각 분야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석해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하나의 공동체로서 어느 지점까지 전진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