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특히 동성애자(LGBT)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자인가"라는 물음에 "물론 나는 상당히 급진적인 건 아니다. '진보적인 보수'라고 본다"며 "많이 비난 받고 있는 게 LGBT(성소수자)차별금지결의안 (문제이다). 이게 유엔에서 상당히 논란이 됐다. 재임 10년 간 내가 한 결정을 유엔 회원국들이 뒤집자고 한 게 처음이다. 그런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많은 회원국이 나를 지지해서 부결됐는데, LGBT 싫어하는 나라가 많다. 최소한 50~60개국이 반대한다. 특히 반대하는 나라가 많다. 러시아를 포함해서. 소치올림픽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얘기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푸틴이 'LGBT는 초청도 안 한다'고 했는데 내가 그걸 비판했다. 그래서 러시아와 나의 관계가 아주 미묘하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또 "LGBT에 관해 한마디 더하겠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종교계 계신 분이 오해가 있는데, 사람이 태어날 때 그런 성향을 가질 수 있다"면서 "의외로 그런 사람이 많다. 신체부자유로 태어날 수 있고, 지체 부자유도 있고, 여러 가지 성별·인종·종교 등에 관계 없이 만민이 평등하다. 인격이 보장돼야 한다. 유엔엔 예외가 없다. LGBT든 누구든. 교황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이유 여하 불문하고 국가 원수가 탄핵 대상이 됐다고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나라와 국가,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물론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탄핵 받아야 한다. 헌법에 나와 있는 거고 국민의 뜻이 그러니까. 사무총장으로서 순수한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선 언급 안 했다. 100만 명 촛불시위할 때도, 예를 들어 100만 명이 시위할 때 불상사가 생기면 언급을 하곤 하는데, 촛불시위 중에도 코멘트를 안 한 거다. 그건 순수히 국내 문제다. 그것이 만약 인권 위반에 해당되고 유엔 헌장 규정에 위반된다 할 때는 당연히 개입한다. 많을 때는 하루에도 5~6번 성명서를 냈다. 탄핵절차를 거치게 된 것은 국가적 불행이자 국민의 불행이다. 박 대통령 자신에 대해선 더 말할 것도 없다. 탄핵해야 된다 안 해야 된다 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위안부 문제로 내가 상당히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데 거기도 좀 억울한 면이 있다. 한일 간 그렇게 오랫동안 현안이 됐던 문제의 합의를 이뤘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그 합의 자체는 평가하고 환영한 것"이라며 "그러나 구체적으로 뭐가 잘 됐는지 얘기한 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용기는 역사적으로 인정이 될 거라고 얘기한 것도, 옛날 대통령들이, 내가 김영삼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을 했는데 그 때부터 이걸 계속하자고 했는데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부산에 소녀상 세운 거 가지고 일본이 이러저러하다 하지 않나. 만약 10억엔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건 잘못된 거다. 그렇다면 차라리 돈을 돌려주고 해야지,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내가 아베 총리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통화할 때 '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에서 공평하게 접근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그리고 10억엔 얘기가 나오는데 김영삼 대통령 때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한다며 합의 문제를 꺼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사죄를 총리대신이 아니라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편지를 쓰겠다는 거다. 그러면 못 받는다고 했다. 사과를 하면 총리 명의로 해야 하지 않나. 이번에는 총리 명의로 사죄를 했다. 개인 자격이지만... 그때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이 제시한) 돈을 거부했다. (경상도 사투리로) '치아라'라고 하면서 안 받았다. 국회에서 국내법으로 만들어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지불하도록 했다. 이번 합의가 어떻게 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 그러나 소녀상 철거하는 것에 대한 양해사항으로 10억엔을 받았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 건 단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에 대해선 "북핵 문제가 없었다면 사드 문제도 별로 안 나왔을 텐데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북한이 지난해 20번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데 2번 성공하고 18번 실패했다. 그러나 북한이 실패했다고 해서 안심하면 절대 안 된다. 실패할 때마다 기술을 축적한다. 심지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안보는 '두 번 다시'가 없다. 경제정책은 수정도 할 수 있지만 안보는 한 번 당하면 두 번째가 안 된다. 안보는 그야말로 튼튼하게 해놔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에 합의한 것이고, 나는 지지한다.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한 방위 축인데 한·미간 합의된 것을 문제가 있다고 다시 한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북한과의 관계도 계속 앞으로 안보리 결의나 국제사회에 들어오는 방향으로 북한에 계속 압력을 가하고 끌고 나오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 문제와 관련, "중국 측 압박이 심하다"는 질문에는 "그건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 한·중 관계가 워낙 중요한데 한국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중국에게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다. 중국이 지금 일시적으로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만약 사드가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제일 좋은데 사드가 배치되게 된 데에는 중국도 북한에 대해 좀 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세 가지다. 왜 사드를 배치하게 됐나, 한·미 간 공고한 공약이 있고, 한·중 문제는 외교로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