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곡동 예비군 동원훈련장에서 발생한 예비군 최모(23)씨에 의한 총기 난사는 왼쪽 사로(사격 구역)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시야 확보가 쉽고 뒤에서의 공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는 최씨의 요청을 받아주었을 뿐만 아니라(엄격한 군기 속에서 실시되는 사격훈련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총기 고정을 위한 안전 고리에 최씨가 총기를 걸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탓에 불과 10초 만에 이뤄졌으며, 현장에 있던 간부와 현역병은 최씨가 총구를 돌리자 통제 및 제압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피부터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격훈련은 수류탄 투척훈련과 함께 자칫 하면 대형 인명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다른 어떤 훈련보다 엄격한 군기가 요구되어 훈련병 시절에서는 소위 '피가 튀고 알이 베이고 이가 갈린다'는 PRI(사격술예비훈련)을 사전에 엄청나게 실시하고 사격수들에 대해 엄격한 통제 속에서 훈련을 실시하는 등 그 어떤 훈련보다 엄격하게 군기를 잡는다.

아무리 예비군 훈련이라 할지라도 이번 사격훈련에서는 최소한이라도 필요한 긴장감이나 군기, 통제가 없었고, 결국은 대형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장교와 조교들에게 최씨를 제압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불가능했다. 도망치는 것 외에.

이 사건을 조사하는 육군 중앙수사단장 이태명 대령은 14일(한국시간)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10초 안에 (총기 난사)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13일 오전 10시 37분께 사격장 1사로에서 표적지를 향해 1발을 발사한 다음(총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지 확인한 것으로 보임) 갑자기 뒤로 돌아 부사수로 다음 사격을 위해 대기 중이던 예비군 윤모(24) 씨에게 먼저 총을 발사했다.

이어 최씨는 옆으로 방향을 돌려 총기를 난사, '엎드려 쏴' 자세로 2, 3, 5사로에서 사격 중이던 예비군 3명이 총에 맞았다. 이미 10발 사격을 다 끝낸 상태였던 4사로의 예비군은 빨리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

최씨는 이후 자신의 이마에 총을 쏘아 자살했는데, 이 모든 것이 불과 10초 만에 일어났다.

훈련 통제를 위해 사격장에 배치됐던 대위급 장교 2명과 현역병 조교 6명은 최씨가 총구를 돌리자 제압하기는커녕 모두 사로 뒤에 있는 경사지로 도망쳐 몸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중앙통제관 자격으로 통제탑에 있던 대위급 장교 1명도 탑 옆으로 몸을 피한 뒤 총소리가 멎고나서야 마이크로 '대피하라'고 외쳤다.

사로 변경 허용에서부터 총기 안전고리 고정 미확인, 장교 및 조교들의 도피 등 육군의 허술한 사격훈련 통제 및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