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한국시간) 오후 인천 시내 주택가의 한 빌라에서 유골 20여구가 들어있는 종이상자들이 무더기로 발견돼 경찰 수십명이 대형 범죄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여기고 긴급출동하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4시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한 빌라 옥상에서 창고를 정리하던 인부 등이 사람 유골 20여구가 담긴 종이상자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빌라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업자가 건물 옥상 창고에 있던 짐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종이상자 안에 흙이 묻은 유골이 1∼3구씩 들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집주인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고, 현장에 도착한 집주인이 즉각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은 '빌라 옥상 창고에서 유골 수십구가 발견됐다'는 112신고 내용에 따라 대형 범죄와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관할 경찰서 강력팀과 과학수사계, 지구대 대원 등 20여 명을 신속하게 빌라로 출동시켰다.
그러나 유골이 담긴 종이상자들의 겉면에 충청, 경기, 강원 등 유골이 수습된 지역명이 적혀 있어 경찰은 이장과 관련된 유골임을 곧바로 알아냈다.
이어 경찰이 집주인이 건넨 종이상자의 주인인 전 세입자 최모(56)씨와 바로 전화연락이 닿으면서 유골 소동은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이 나게 됐다.
이 종이상자는 이 빌라 옥탑방에 세들어 살던 무연고 유골을 취급하는 장례업자 최씨의 것이었던 것.
경찰 조사 결과,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어려운 최씨가 수습한 무연고 유골의 화장과 납골당 안치에 필요한 수백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처리를 장기간 미뤄온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 당진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경찰과의 통화에서 "인천의 한 업체에서 무연고 유골 처리업무를 해오다가 업체가 부도나 집에 임시로 유골을 보관했던 것"이라며 "화장과 납골당 안치에 필요한 비용이 마련되는대로 유골을 처리할 계획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주인은 "1년 전 최씨가 집세도 내지 않고 잠적해 최씨의 짐을 창고에 옮겨놨다"며 "창고 청소를 하면서 최씨의 짐을 열었더니 유골이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유골 소동'으로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점을 고려해 최씨에게 이른 시일 안에 유골을 봉안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수십 명의 경찰이 우루르 몰려 드는 한바탕 소동에 이웃 주민들은 크게 놀라면서 주택가에 있는 유골들이 하루 속히 봉안되기를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