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 전동차에 수십 차례에 걸쳐 '그래피티'(낙서)를 해온 20대 외국인 남성이 1년 반 만에 붙잡혔다.

국토교통부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지하철 2호선 신정 차량기지에 들어가 전동차에 낙서를 한 혐의(공동재물손괴·공동건조물침입)로 라트비아인 H모(2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한국시간) 밝혔다.

철도경찰은 공범 스페인 국적 P모(27)씨와 루마니아 국적 P모(27)씨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H씨는 재작년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과 인천, 안산 등에서 전동차에 22차례 낙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H씨는 전동차 외에 홍대와 신촌 인근에서도 무더기로 그래피티를 남겨 지난해 8월 서대문경찰서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6일에도 오후 8시 7분께 양천구 서울출입국사무소 별관 주차장을 통해 지하철 2호선 신정 차량기지에 침입, 전동차 등에 낙서를 하려다 이들의 뒤를 쫓던 철도경찰에 체포됐다.

철도경찰은 그동안 H씨가 그려온 그래피티에 'Crude'라는 특정 이름이 들어간다는 점과 이 이름이 들어간 그래피티가 홍대 인근에서 수십 차례 발견된 점을 단서로 잡고 그동안 이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잠복·탐문수사를 벌여왔었다.

검거 당일에는 "외국인이 그래피티용 스프레이를 사갔다"는 상점 주인의 제보를 받고 홍대 주변을 탐문하던 중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H씨 일당을 발견하고 뒤를 쫓아 범행 현장에서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함께 검거된 두 P씨는 한국에 최근 입국해 이번 범행이 처음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H씨 일당은 체포 당시 그래피티용 스프레이와 유성펜, 마스크,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 카드, 낙서와 같은 문양이 그려진 도화지 등을 갖고 있었다.

현재 이들은 범행을 부인하고 묵비권을 행사 중이이서, 경찰이 메모리카드 등 압수품을 토대로 범행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또 H씨가 범행을 더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여죄 여부와 공범이 더 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그래피티 아트'는 대표적인 거리 미술의 한 형태로, 최근 들어 낙서가 아닌 예술의 하나로 인정 받기 시작하면서 이번 경우처럼 곳곳에 '그래피티 아트'를 표방한 낙서가 끊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프랑스의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국립공원 내의 암벽에까지 그래피티를 그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