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가 불교계의 반발로 인해 '차범근로(路)' 구간을 당초 예정지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으로 8일(한국시간) 알려졌다.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당초 화성시는 이 지역 출신으로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 전 감독을 기념하기 위해 기안동 67-1 지점에서 안녕동 6-10 지점까지의 왕복 6차선 화성서부로 5.2km 구간에 명예도로 조성을 계획했었다. 차범근로에는 명예도로명 표지석 3개와 명예도로명판 22개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역 불교계와 용주사 신도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 주민들은 차범근 전 감독이 교회 집사라는 등의 이유로 이곳에 차범근로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불교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수백 년 역사를 지닌 문화유산보다 차범근 선수의 가치가 더 크다는 말이냐", "융건릉과 용주사 사이를 지나는 도로이므로, 용주사로나 융건릉로로 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내놓았다.

차범근로 비대위에서도 세계문화유산의 '이정표'나 다름없는 도로명을 결정하는 일임에도 지역문화나 역사, 정체성과 상관없이 도로명을 결정했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 구간은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이며 국보 제120호 범종이 있는 용주사와 사적 206호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지하철 9호선의 한 역의 명칭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코엑스역'이 아닌 '봉은사역'으로 정해진 일과, 수원시에 불교 신자인 박지성의 이름을 딴 '박지성로'가 조성된 일 등이 거론되며 또 다시 종교편향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화성시는 차범근 전 감독 측에 양해를 구한 뒤 다른 서부우회도로 구간을 지정해, 도로명주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공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범근로 표지석 제막식은 28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