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주에 걸쳐 필자는 ‘안식일과 주일’, ‘유대인의 안식일 지킴은 잘못된 해석의 전통에 기초한다’는 글을 몇 기독교 매체에 소개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아틀란타에 거주한다는 안식교 지도자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안식교에 평생 몸담았다가 얼마 후에 은퇴한 지도자이다. 그는 신문에서 필자의 글을 잘 읽었다는 말과 함께 안식일이 성경적이고, 주일은 성경의 가르침을 벗어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후 거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기 전 필자는 그에게 다음의 한 마디 말을 들려주었다. “날에 매이지 마시고, 예수 그리스도께 속해 있으시라.” (유대인들처럼) 전통에 매이지 말고, 복음을 따라 살라는 말이었다. 안식교 지도자가 필자의 글을 어떻게 읽고 마지막 들려준 말을 어떻게 이해할지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안식일 전통에 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면, (안식일) 전통에 깊이 매어 있다가 풀려난 바울은 이렇게 말하였다: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월삭이나 안식일을 인하여 누구든지 너희를 폄론하지 못하게 하라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골 2:16). 바울이 골로새 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한 이유는 앞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철학과 헛된 속임수,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 그 외 그리스도를 따르지 못하도록 하는 모든 교훈과 가르침을 말하고 있다. 바울은 율법을 잘못 해석하므로 예수님을 메시아로 따르지 못하도록 하는 유대인의 잘못된 전통까지 지적하고 있다. 유월절, 칠칠절, 초막절과 같은 절기와 안식일, 성경에 기록된 많은 유대 전통들은 그리스도가 오시기까지 그림자로써 구원을 예시하는 것으로 그 날과 그 절기가 실체는 아닌 것이다.
만약 우리가 어느 절기나 날에 매이게 되면 ‘예수님은 그리스도’라는 실체를 충분히 놓칠 수 있다. 마치 유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바울은 로마에 사는 성도들에게도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혹은 이 날을 저 날보다 낫게 여기고 혹은 모든 날을 같게 여기나니 각각 자기 마음에 확정할지니라 (롬 14:6)
그러면 그리스도인들은 주일을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어떻게 지내야 주일을 거룩하고 경건하게 보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주일,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주일을 지켰다고 할 수 있는가? 주일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고, 각종 부서에서 봉사하며, 오전 예배를 드리고, 또 저녁 예배까지 참석하면 주일을 잘 지낸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주일을 경건하게 보내는 것인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경건하게 보내기를 원하지만 의외로 주일을 경건하게 보내는 것은 교회 교육에서 사각지대에 속한다. 주일 맞이에 대한 좋은 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주일 맞이에 대한 글을 정리한다.
1. 안식일에서 시작된 주일
주일은 안식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안식일을 모르고 주일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주일은 안식일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안식일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이 말은 그리스도인들이 유대인들처럼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유대인들의 안식일 전통을 보면,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지키는데 무엇을 버려야 하고, 또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 안식일에 대한 성경의 첫 기록은 하나님의 천지만물을 창조하심과 관련이 있다. 창세기 2:1-3절에 ‘모든 창조의 일을 마치신 하나님은 제 칠 일째 되는 날에 안식하셨는데 이것이 안식일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안식일의 첫째 의미는 일에서 떠나 안식하는 것이다.
2) 하나님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과 시내산에서 계약을 맺으면서 만약 너희가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열국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는 내게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주신 십계명의 네 번째 계명에서 하나님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하셨다.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6일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제 칠일에 쉬셨으며,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복되게 하셨고 그 날을 거룩하게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칠일 가운데 단지 하루를 쉬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안식일에 포함되어 있다.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복되게 하신 날이고, 또 거룩하게 하신 날이다. 그러나 안식일의 의미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구속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3) 하나님은 광야 40년을 마치고 약속의 땅을 앞에 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압 평지에서 안식일에 대하여 이렇게 선포하셨다. 신명기 5장 12-15절에 기록된 십계명의 안식일 계명이다.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게 명한대로 안식일을 지켜 거룩하게 하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제 칠일은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소나 네 나귀나 네 모든 육축이나 네 문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네 남종이나 네 여종으로 너 같이 안식하게 할찌니라.
여기까지는 이미 언급된 안식일 규정과 동일하다. 하지만 15절에 구속의 의미를 더하셨는데,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너를 거기서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를 명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 안식일의 의미 가운데 자유, 구속의 의미를 더하신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지키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4) 안식일의 의미는 일로부터 안식, 하나님께서 복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신 ‘날’, 바로의 종이 되었다가 자유하게 된 것을 기억하는 ‘날’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모든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안식 후 첫날, ‘부활하신 것’을 기억하는 날인,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2. 그러면 그리스도인들은 주일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안식일을 지키는 규정을 보면 큰 도움이 된다. 하나님은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계약을 체결하시면서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말씀하셨다. 안식일을 지키는 규정은 기억 (자호르/ rAk°z")하고 거룩하게 지키는 것 (샤모르/ rAmæ²v ')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잘 지키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1) 안식일에 유대인들이 기억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시고 안식하심, 그들의 조상들이 이집트 바로의 노예되었다가 해방된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주일에 한 가지를 더하여 기억해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으셨다가 부활하셨음을 기억하며, 누구든지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에 이르게 하셨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이다. 바울이 골로새 교회의 성도들에게 말한 것을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월삭이나 안식일을 인하여 누구든지 너희를 폄론하지 못하게 하라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 곧 주일은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적극적으로 기억하는 날이다.
2) 안식일,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은 정확한 해석과 바른 적용이 필요하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지켰더니 안식일은 역사에서 유대 민족을 구하였다고, 유대인들처럼 잘못된 전통도 잘 지키면 마치 영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지키는 것처럼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지켰다면, 주일처럼 지킨 안식일이 역사에서 유대 민족을 구하였겠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어느 정도 대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기억하고 거룩하게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교단이나 각 교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3)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기억하고, 거룩하게 지킨다면, 개인은 경건함에 이를 것이고,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간의 신뢰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민 교회의 갈등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며, 명목상 그리스도인 의 위치에서 실재 거듭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 땅에서 교회가 감당할 사명들을 충분히 감당해 갈 것으로 믿는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한 방법으로, 먼저 주일을 특별한 날로 알고 주일을 미리 준비한다 (Preparation). 교회의 공적인 예배에 참여하여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다 (Worship).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은 부모와 자녀들이 주일 식탁에 모여 만찬을 갖는다 (Sunday Family Meal). 그리스도인들이 갖는 주일 만찬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예수님께서 유월절 희생양으로 돌아가시기 전, 제자들과 가지셨던 주의 만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거룩한 의식이었던 것처럼 매 주일마다 그리스도인 가정이 갖는 주일 만찬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은혜, 기쁨, 평화, 구원, 믿음을 더할 것이다. 주일 만찬 자리에서 구원을 기억하고, 왜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지켜야 하는 지를 말하고, 구원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