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이후 검찰의 체포를 피해 도주 중인 구원파 교주이자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인 유병언(73)이 지난주 정치적 망명을 시도한 사실이 3일 드러났다.
유병언은 '세월호 실소유주'로 1천억원대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으나 현재 도피 중이며, 현상금 5억원이 걸려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최근 익명의 인사가 우리나라 주재 모 대사관에 유씨의 정치적 망명 가능성을 타진했다"면서 "대사관에서는 단순 형사범이라는 이유로 망명 신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유병언은 최근 익명의 인사를 통해 복수의 국가 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대상국가로는 프랑스, 캐나다, 필리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외교적 문제가 있어서 특정나라를 언급하기 어렵다며 해당 국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고, 복수의 국가도 아니라고 전했다.
또 어떤 인물이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망명을 시도했는 지에 대해서는 "파악해봐야 한다"고만 했다. 검찰은 유씨가 누구를 통해 어떤 경로로 정치적 망명을 시도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실질적 교주인 유씨는 종교적 박해 등을 이유로 망명을 타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망명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해당 대사관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유 전회장이 검찰의 수사망을 뚫고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망명 절차를 밟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망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는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단순 형사범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떠한 명분으로도 망명 신청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각국 외교 공관에 제대로 설명해줄 것을 외교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행 난민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하면서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제법상 유씨는 난민에 해당하지 않고 현재 구속영장이 발부돼 도주 중인 자"라며 "망명을 빙자해 유씨의 도피를 도운 사람은 범인도피에 명백히 해당하는만큼 엄격히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