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선원이 전남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여자 어린이 4명을 다섯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학부모들과 네티즌들을 분노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초등생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던 김수철 사건이 4년만에 재발한 것. 아침이나 저녁, 한밤중이 아니라 대낮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같은 일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는 점이 충격을 주고 있다.
김수철 사건 후 교육당국에서는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많은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빈수레만 요란했던 셈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종 사건이 발생한만큼, 사건 방지를 위한 보다 확실하고 실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철 사건 이후 정부는 전국의 초등학교에 전직경찰관과 학부모들로 구성된 학교지킴이를 만들어 활동을 벌여왔고, 이 학교도 '김수철 사건' 이후 학교지킴이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박씨는 학교지킴이나 경비원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따르면, 한달간 총 다섯차례 여자 아동 4명을 성추행하고 나체사진을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화물선 선원 박모(64)씨가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박씨는 지난 4월 26일 정오께 전남 영암 소재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A(7)양과 B양(7) 등 여아 2명에게 접근, 학교 구석진 장소로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A양 등에게 다가가 그네를 밀어주거나 시소를 태워주며 "자전거를 태워주겠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쓰는 법을 알려달라"고 유인해 몹쓸 짓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이어 이들을 흉기(커터 칼)로 "얼굴에 상처를 내버리겠다"고 위협해 탈의시킨 후 성추행하고 휴대폰으로 피해 아동들의 알몸을 촬영하는 등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이후 동네를 배회하다 같은 날 오후 4시10분께에도 같은 장소에서 혼자 놀고 있는 또 다른 여아(C양, 9세)를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울면서 집에 들어간 C양을 다그쳐 자초지종을 알아낸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오후 6시쯤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추가 범행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범행 일주일 전인 같은 달 19일에도 또 다른 여아 1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그는 이날 이 학교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던 D양(8)을 성추행한 뒤 10분 거리 인근의 야산으로 끌고가 재차 성추행하고 사진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특수강간 등 동종 전과 2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가 학교를 드나들 당시 출입문은 열려 있었으며, 1주일에 걸친 범행 기간 동안 누구도 박씨의 출입 및 성추행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당국이 지난 2010년 6월 서울의 한 초교에서 일어난 일명 '김수철 사건' 이후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겠다고 했지만 박씨는 제집 드나들 듯 학교를 누볐고, 아무도 제지하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는 김수철 사건 직후 안전취약학교에 청원경찰을 배치, CCTV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전원에게 안심알리미 서비스 제공 등의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호에 그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