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세계선교의 가장 큰 격전지는 아시아 대륙이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아시아권 선교의 차세대 주자인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가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을 준비해야 합니다."
베스트셀러 '내려놓음'의 저자이자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대학교 설립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규 선교사는 GP선교 소식지 최신호에서 "한국교회가 이제 현지인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이들이 전방에서 사역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선교사는 "아프리카 남단과 아메리카는 소위 기독교화 되거나, 그 과정 중에 있다"며 "이제 최대의 선교 격전지는 아시아 대륙이 될 것이며, 또 가장 많은 선교사를 배출하는 대륙이 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세기 전 한국에 부흥이 임하여 교회가 성장하고, 선교의 동력을 얻은 이유도 앞으로 이뤄질 아시아 선교를 위한 하나님 나라의 큰 그림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 대륙을 위한 한국교회의 선교적 역할을 강조했다.
전방에서 각개전투 능한 한국선교, 이제 협력사역 해야
그는 한국교회가 향후 가장 많은 선교사를 배출할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같은 후발 주자들이 선교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만 아직 이를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선교사는 "그 동안 한국교회의 선교 방식은 전방에서 개척하면서 야전의 각개전투에 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귀한 열매를 거두었지만, 반면 큰 그림이 없는 개척사역으로 각자의 왕국을 만들거나 현지인과 사역적 경쟁을 하거나, 내부적으로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아픔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용규 선교사는 이제 한국선교의 초점이 전방개척사역보다는 현지인이 전방에서 잘 사역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하고, 다른 아시아인 선교사와 파트너십을 형성해 서로 가진 경험과 장점을 나눠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사역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교회와의 연합 사역 필요
2004년 몽골로 파송 받아 8년간 사역한 후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대학 사역을 준비하고 있는 이 선교사는 인도네시아 교회와 연합사역에 대한 관심도 요청했다. 인도네시아에는 마지막 영적 추수기에 넘어야 할 중요한 벽인 '이슬람'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동시에, 중동과 사하라 이북 아프리카 전체에 흩어진 크리스천보다 더 많은 크리스천도 살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교회는 태생적으로 이슬람 선교의 책임과 부담을 갖고 태어났다"며 "당연히 국제대학도 인도네시아 교회들과 연합을 통해 이슬람권 전체를 품고 섬기는 사역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이슬람권으로 복음이 들어가는 통로는 크게 다섯 곳일 것"이라며 "아프리카 사하라 남단에서부터 올라가는 사막길,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지나는 초원길, 중국 서북부를 통해 중앙아시아로 들어가는 비단길, 인도를 통해 올라가는 향료길,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지나는 바닷길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길이 중요한 이유는 이슬람권에서 네크워크를 이루지 않고서는 기독교 공동체가 생성,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역사적으로도 기독교는 사람, 물류가 다니는 길을 따라 상인, 전도자를 통해 전파되어 왔고, 이슬람도 그 길을 따라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선교 열정과 헌신된 인력 및 재정은 강점이자 약점
이용규 선교사는 기독교 국제 네트워크 현장에서 활동한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 로렌스 치아 박사의 말을 인용해 선교의 열정과 헌신된 인력, 재정은 한국선교의 강점이지만 약점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풍부한 인력과 재정 때문에 다른 이들의 도움을 구하거나 연합하려 하기 보단 자기 주도형으로 독자적인 사역을 하는데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영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에 노출될 기회가 적은 것도 네트워크 사역의 약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의 교회는 어려움 가운데서 성장했기 때문에 성장 초기부터 외부교회와 자원과의 연계를 고려하며 성장했다. 이 선교사는 "따라서 이 교회들은 외국어 사용과 연합사역에 대해 비교적 열려있고 노하우도 많이 쌓여 있다"며 "이런 부분은 한국교회가 배우고, 이들이 쌓아놓은 네트워크 망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풀러신학교 박사과정을 마친 인도네시아 교계 지도자 이만 산토소 목사도 한국교회와 인도네시아 교회와의 연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만 산토소 목사는 교회의 인권보장 운동을 하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위협으로 싱가포르로 도피, 인도네시아 교회 연합 사역을 시작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교회 연합기도대회를 개최하려다 한국교회를 초청해 2012년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연합기도대회를 열었다.
인도네시아 화교교회의 잠재력 주목해야
이 선교사는 "한국교회와 연합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인도네시아 교회 중 상당수가 화교교회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중국인 해외 교포는 한국인구보다 많은 5천5백만 명이며, 이들의 자산 규모는 14억 중국 대륙 인구가 가진 자산 규모의 3분의 4에 해당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교가 살고 있는 지역이 인도네시아이며, 이곳에 처음 이슬람을 전파한 사람도 중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중 70%는 기독교인(2006년 아시아재단 연구)으로, 말레이시아 화교 기독교인이 11%(2011년 인구통계), 싱가포르 화교 기독교인이 20.1%(2010년 인구통계)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920년대 인도네시아 현지인 크리스천의 전도를 받아 최초의 결신자가 나온 이후 1934년, 1939년 중국 본토에서 온 존 송 목사의 집회를 통해 수천 명의 결신자가 생겼다.
이 선교사는 "하나님은 인도네시아 독립 이후 몇 차례 인도네시아 화교에게 박해의 과정을 겪게 하셨는데, 이것이 복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 공동체가 현지인과 분리돼 있었고 친서구적이며, 서구 교육을 받은 영향도 있다.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한 화교 교회는 현재 막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으며, 화교 교회 리더 중 선교적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선교사는 "많은 한국인 사역자들이 교회, 교단 파송으로 인도네시아 개교단에 들어가 신학교 사역이나 현지 목회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쪽으로 국한된 것은 아쉬움이 있다"며 "대학사역은 어느 특정 선교 그룹의 사역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교회를 품고 기도하는 사역이 되도록 화교 크리스천 비즈니스 리더들의 직간접적인 협력을 받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 세대 한국 선교사들이 쌓아온 경험과 장점이 인도네시아에 준비시켜 주신 화교교회 자본과 네트워크와 연결될 때 동남아권과 이슬람권 선교에 새로운 돌파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용규 선교사는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동 지역학 및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위를 받자마자 보장된 미래를 내려놓고 척박한 몽골 선교사로 헌신해 이레교회에서 현지인을 섬겼으며, 몽골국제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한 후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교육 선교를 위해 자카르타 국제대학교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말 췌장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완치됐다. 저서로는 '내려놓음' 외에도 '더내려놓음', '같이걷기', '떠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