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과 각 주 의사당에는 입법회기가 시작 되면 보통 12세 이상의 청소년들이 나타나 상하원 본회의장을 누빈다.
한 예로 지난 6일 조지아 주의사당은 상하원 의원들과 로비스트들 및 방문객으로 북적 북적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입법회기 중 다양한 법안을 제정하고 통과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청소년들이 상하원 본회의장 앞에 길게 앉아 있었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운 이 청소년들은 회의장 문 앞에서 의회 서기의 지시에 따라 쪽지를 들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케일린, 헌터 의원에게 온 메시지다. 헌턴 의원은 B 코너 5열 3번째 의자에 있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와라.”
케일린이 자리를 뜨자 학생들은 한칸씩 옆으로 이동해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에반, 이 복사한 문서를 아래 4명의 의원들 자리에 놓고 와라.”.
대부분 중학교 2,3학년인 이 학생들은 지시에 따라 다소 긴장한 표정을 하고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모두 왼쪽 가슴에 ‘PAGE’라는 동그란 뱃지를 달고 있었다.
이들은 미국 의회의 오랜 전통 중 하나인 학생 사환(PAGE)들이다. 연방 및 각 주의회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의회 운영을 돕는 사환으로 사용하고 있다. 본회의장 안에 있는 의원들에게 메시지나 서류를 전달하거나 의사당에서 복사 등 심부름을 학생들에게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의회에서 학생 사환들을 사용해온 역사는 길다. 미국에 가장 오래된 주의회인 버지니아 주의회의 경우 1848년 초에 상하원에서 학생 사환들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연방 상하원에서도 100년 넘게 학생사환들을 두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당에서 학생 사환들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1954년 3월 연방의회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총상을 입은 한 의원을 학생 사환들이 업고 가는 사진은 의회에서 이들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방증이다.
하지만 통신 시설 등이 발전하면서 의사당에서 학생 사환들의 역할이 줄어들었고 또 이들을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증가하자 연방 하원은 2011년 8월 학생사환 제도를 폐지했다.
그럼에도 연방 상원을 비롯, 대다수 주의회들은 계속 학생사환 제도를 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 때문이다. 이 제도가 청소년들에게 의회의 역할과 중요성을 가르치고, 장래 정치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매우 유익하다는 것이다.
청소년 때 주의사당에서 학생 사환을 했던 데이빗 랄스톤 조지아 주하원의장은 “학생들이 의사당 현장에서 의원들을 직접 만나고 보며 들을 수 있는 이 제도는 청소년들이 입법기관의 본질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조지아 주의사당 학생 사환으로 활동한 학생들도 이 때문에 학생 사환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의회가 어떻게 운영되지는지 알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엘리스, 중학교 2학년)”,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그레이, 중학교 2학년).
의회 학생사환 제도의 운영 방식은 주마다 다르다.
조지아에서는 12세에서 18세 사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입법회기 중 하루동안 하도록 하고 있고 오클라호마는 일주일, 버지니아와 연방 의회는 입법기간 내내 청소년들이 숙식을 하며 사환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조지아의 경우 의사당 학생 사환이 되려면 먼저, 자신이 속한 지역구 주상원 혹은 주하원의원 사무실에 연락해 신청해야 한다. 입법회기 중 의회에서 학생사환으로 활동하기 원하는 날짜 3개를 써서 최소 일주일 전에 알려주고 신청하게 된다.
승인이 되면 정장을 입고 와야하고 검을 씹거나 뛰어서는 안되고 음료수나 음식을 먹어서는 안되는 등 기본적인 예절과 상하원 본회의장 구조와 좌석 배치도와 번호 등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당일날 학생들은 본회의장 앞의 의자에 앉아서 의회 서기의 안내로 문서, 메시지, 편지 등을 장내에 있는 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학생들은 그날 입법 일정이 끝날 때까지 근무하는데 밤 늦게 끝나면 그때까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루 일정이 끝나면 수고비 $10과 감사장을 받는다. 중간에 하원의장 혹은 주지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오클라호마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의회 학생 사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기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5일이다. 학생들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의원들과 의회 직원들의 심부름을 한다. 화요일 저녁에는 학생 사환들이 모의 의회를 구성해 자신들이 직접 법을 만드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버지니아는 주입법 기간 내내 학생사환들이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1월이면 13세~14세의 중학생들을 선발해서 약 두달동안 감독관의 지도하에 호텔에서 자면서 의사당에서 사환으로 유급으로 일한다.
의회 학생 사환 제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돈 낭비라는 비판도 있지만 청소년때부터 정부와 의회에 대해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가치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 www.kamerican.com>